기능성 섬유의 적용 범위가 스포츠 의류를 넘어 의료·헬스케어, 자동차 내장재, 보호복, 산업용 필터와 스마트 텍스타일로 넓어지면서 소재 기업의 해외시장 접근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가격 중심의 수출 경쟁보다 성능과 공급 안정성, 환경성과 추적 가능성을 함께 입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RX ISG KOREA는 7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EOUL SEMINAR 2026’에서 태국·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기능성 섬유 산업의 공급망 변화와 시장 진출 방안을 다뤘다.
이날 류원우 PM은 ‘기능성 섬유가 만드는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북미를 수요와 바이어가 집중된 시장으로, 태국을 제조 파트너 발굴과 아세안 확장을 위한 생산 거점으로 구분했다. 그는 기능성 섬유가 더 이상 의류에 한정된 소재가 아니라 여러 산업의 성능과 안전, 생산 효율을 좌우하는 산업용 소재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원우 PM은 “앞으로 5년은 기능성 섬유 공급망이 재편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도 가격 경쟁자보다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트너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섬유 생산량 증가…폴리에스터 중심 구조 지속
발표에서는 글로벌 섬유 생산 구조와 소재별 시장 변화가 먼저 소개됐다.
Textile Exchange의 ‘Materials Market Report 2025’에 따르면 전 세계 섬유 생산량은 2023년 약 1억2천500만 톤에서 2024년 약 1억3천200만 톤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폴리에스터 생산량은 약 7천770만 톤으로 전체의 약 59%를 차지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 세계 섬유 생산량은 약 1억6천9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류 PM은 폴리에스터가 가격과 생산 규모,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기반을 갖추고 있어 단기간에 시장 비중이 크게 줄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새로운 소재가 시장에 진입하려면 친환경 메시지만 강조하기보다 기존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성능과 공급 능력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생 셀룰로오스계 섬유와 바이오 기반 소재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거론됐다. 다만 바이오 소재는 생산 규모와 단가, 양산 안정성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어 상용화 수준과 적용 분야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앞으로 브랜드와 소재 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표현에 달려 있지 않다”며 “성능과 공급 안정성,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실제 탄소 감축 효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입증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급망 다변화와 추적 가능성 요구 확대
글로벌 브랜드의 조달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물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특정 국가에 생산을 집중하기보다 ‘차이나 플러스 원’과 지역별 복수 공급망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ESG 기준과 원료 인증, 생산 이력 관리와 트레이서빌리티도 공급사 선정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제품의 물성만 제시하는 방식보다 원료가 어디에서 조달됐고 어떤 공정을 거쳤으며, 관련 데이터를 어떤 기준으로 검증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류 PM은 “북미 바이어는 소재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생산됐고 이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를 함께 확인한다”며 “한국 기업은 고기능성 소재와 인증, 추적 데이터를 하나의 제안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 브랜드·리테일러 중심의 수요시장
북미 시장은 브랜드와 리테일러, 디자이너, 제품 개발자, 소재 소싱 담당자 등 구매 의사결정자가 집중된 시장으로 소개됐다.
현지 바이어들이 주로 확인하는 요소로는 경량성과 내구성, 방수·투습 기능, 재활용 또는 인증 원료 사용 여부, 공급 안정성, 생산 이력 관리 등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범용 원단을 가격 중심으로 제안하기보다 스포츠, 아웃도어, 보호복, 헬스케어 등 구체적인 용도에 맞춘 기능을 설명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북미 시장 진입 플랫폼으로는 RX가 운영하는 ‘Functional Fabric Fair’가 소개됐다. 이 전시회는 기능성 원단과 소재 기술, 부자재를 다루는 전문 소싱 행사로, 2026년에는 뉴욕과 포틀랜드에서 관련 일정이 운영된다. 공식 안내에 따르면 뉴욕 행사는 7월 7일부터 9일까지, 포틀랜드 행사는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일정으로 마련됐다.
류 PM은 “Functional Fabric Fair는 단순히 현장에서 판매 계약만 추진하는 행사가 아니다”라며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바이어가 요구하는 기준을 파악해 제품과 제안 방식을 조정하는 소싱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첫 참가에서는 시장 검증과 바이어 피드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이후에는 샘플 개선과 인증 보완, 반복 상담을 통해 거래 가능성을 높이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태국, 소비시장보다 제조 협력 거점으로 접근
태국 시장에 대해서는 저임금 생산기지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아세안 제조 공급망의 연결 거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국은 자동차와 전자, 의료기기, 식품가공 등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기능성 섬유 역시 의류 생산에만 머물지 않고 자동차 소재, 헬스케어 제품, 산업용 섬유 등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류 PM은 “태국은 완제품을 판매하는 소비시장만으로 보기보다 제조 파트너를 찾고 아세안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 전시회로는 방콕에서 열리는 ‘GFT’가 소개됐다. GFT는 봉제, 자수, 편직, 직조, 프린팅과 후가공 등 의류·섬유 제조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을 다루는 제조 중심 행사다. 2026년 행사는 7월 초 방콕 BITEC에서 열렸으며, 전시 범위에는 생산 장비뿐 아니라 원사, 원단, 자동화 및 공정 기술이 포함됐다.
Functional Fabric Fair가 북미 브랜드와 소재 수요를 확인하는 소싱 플랫폼이라면, GFT는 태국과 아세안 지역의 제조기업 및 생산 파트너를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류 PM은 두 전시회를 경쟁 관계로 보기보다 공급망의 서로 다른 단계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평가했다. 북미에서 수요와 제품 방향을 확인한 뒤 태국에서 생산 협력과 샘플 공정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연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 지원도 최소 3년 로드맵 필요”
발표에서는 해외 전시회 지원 사업의 운영 방식도 다뤄졌다.
류 PM은 전시 참가비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면 실제 수출이나 공급망 편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참가 전 교육과 제품 준비, 현장 상담, 바이어 후속 대응, 성과 관리가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회성 참가보다 최소 3년 단위의 단계적인 접근을 제안했다. 1년 차에는 북미 전문 전시회에서 시장성과 바이어 반응을 검증하고, 2년 차에는 피드백을 반영해 재참가하는 동시에 태국 등 제조 중심 전시회에서 파트너를 발굴하는 방식이다. 3년 차에는 공급 확대와 생산 협력, 공동개발 등으로 관계를 구체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원우 PM은 “전시 지원은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제공하는 참가비 보조보다 글로벌 경쟁력과 후속 대응 역량을 갖춘 기업이 공급망에 진입하도록 돕는 전략적 투자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 이후 샘플 제공과 기술 협의, 인증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시 참가 성과를 이어가기 어렵다”며 “기업 내부의 후속 대응 역량까지 지원 기준과 프로그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한국 기능성 섬유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새로운 역할을 확보할 기회이기도 하다”며 “기술과 검증 데이터, 제조 협력 역량을 갖춘 기업이 북미 수요시장과 아세안 생산망을 연결하는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