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지난달 국제노동기구(ILO)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보편적인 권리 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이하 플랫폼노동협약)’이 채택된 가운데, 해당 협약을 한국 법제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21일 진행된 ‘ILO 플랫폼 노동 협약 채택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플랫폼 노동자 대표들은 플랫폼 기업들의 독단적인 알고리즘 운영과 부당한 계정 정지, 과도한 수수료 공제 등의 실태를 전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 유니온 최영미 위원장은 플랫폼 가사노동자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한국고용정보원이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사서비스 플랫폼 노동자는 약 5만 명 규모이며 총수입의 플랫폼 의존도는 77.9%로 전체 플랫폼 중 가장 높다”라며 “플랫폼 업체들은 ‘교육서비스업’으로 등록해 직업 소개 업무를 함에도 직업안정법상 의무를 피해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관계를 위장해 본인들은 ‘에이전시’라고 주장하며 실질 고용관계를 부정하고, 알고리즘의 일자리 추천·보수 및 수수료·징계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라며 “특히 직업안정법이 최대 수수료를 3개월간 10%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들은 건당 20~30%의 수수료를 받으며 사업자의 책임도 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 가사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부당한 계정 정지 금지 및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와 함께, 가정 내 성희롱·폭력 대책 및 교통비·식대 등이 포함된 ‘표준 보수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이창배 위원장은 “대리운전 플랫폼 기업들은 점수보상제와 각종 알고리즘을 이용해 징계·해고에 해당하는 계정 비활성화를 일상적으로 자행하고 콜 취소의 책임을 기사에게 전가하고 있다”라며 “‘우선배차권’을 유료상품으로 판매하며 노동자의 생존권을 수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대부분의 기업은 운임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여러 비용을 임의로 공제하며, 고객이 자발적으로 지급한 팁에도 수수료를 부과한다”라며 “위험한 상황에서 운행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작업중지권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도 일상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자가 기존 노동법 체계 안에서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플랫폼노동협약의 기본 정신”이라며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법 등 노동관계법을 국제 기준에 맞게 개정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플랫폼 노동자를 예외적인 노동으로 취급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라며 “모든 플랫폼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의 핵심 권리가 온전히 적용돼야 플랫폼노동협약이 현장에서 살아 있는 권리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부, “‘일하는 사람 기본법’ 기반으로 다층적 보호망 구축할 것”
토론회에는 정부를 대표해 고용노동부 노무제공자지원과 허기훈 과장이 참석했다. 그는 “ILO의 플랫폼노동협약을 국내 제도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도 노동계와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하나의 법률만으로 완벽하게 포괄하기는 어려운 만큼, 현재 국회에 제출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출발점이자 법적 기반으로 삼아 다층적인 제도로 보호의 틈새를 메워 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허 과장은 “법 제정만으로 모든 현장 문제가 즉각 해결되지는 않는다”라며 “근로자 오분류 해소를 위한 추정제 도입과 근로감독 강화 등 행정적 조치를 병행하면서, 근로복지기본법을 '노동복지기본법'으로 개편해 수혜 대상을 확대하고 고용·산재보험의 적용 범위 확장 및 산업안전보건법 보완 등 실질적인 후속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