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시행 1년을 넘긴 가운데, 한국의 대미 실효관세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며 주요 수출국 대비 관세 부담을 덜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부문의 관세는 낮아진 반면, 철강 분야의 관세 부담은 여전히 40%대를 웃돌아 품목별 뚜렷한 명암을 보였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미국의 주요국 관세부과 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대미 수출액(CIF 기준)은 367억 4천만 달러, 관세액은 32억 달러로 실효관세율 8.7%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26.4%), 인도(14.1%), 일본(11.2%), 독일(10.3%), 베트남(9.9%)에 이어 대미 수출 상위 10개국 중 6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국의 실효관세율은 미국의 전 세계 10% 보편관세 및 품목관세가 겹쳤던 지난해 3분기 13.5%(3위)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2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상위 10개국 중 한국의 관세 부담 순위 하락폭이 가장 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관세 부담 완화는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과 특정 품목의 관세율 인하가 주효했던 덕분이다. 특히 수출 품목 중 관세액 비중이 가장 큰 자동차 분야의 실효관세율은 지난해 11월 자동차 관세가 15%로 인하되면서 지난해 3분기 23.8%에서 올해 1분기 13.5%로 하락했다. 또 올해 2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기반한 관세 무효 판결이 통계에 일부 반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두 번째로 관세액 비중이 큰 철강 및 철강제품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적용된 50% 품목관세의 여파로 철강 분야 실효관세율은 올해 1분기 42.5%까지 급증했다. 특히 원재료(선철·합금철) 수출 비중이 커 20%대 실효관세율을 유지 중인 브라질과 달리, 한국은 강관 및 판재류 등 완제품 수출 위주라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민재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협상 노력과 민간의 대응이 시너지를 내며 관세 부과 초기에 비해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환율·원자재 부담과 대외 불확실성 탓에 현장의 긴장감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법 301조 조사 등 관세 정책이 언제든 급변할 수 있는 만큼,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외교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X) 등 중장기적인 역량 강화와 수출금융 지원 등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