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경제 패권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응 및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기술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의 ‘기술거래 활성화를 통한 국내 공급망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11년 하도급법을 시작으로 부정경쟁방지법, 특허법, 상생협력법 등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지속 도입, 기술유용 행위와 관련해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는 미국 등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보호 위주의 규제 강화는 기술 수요기업이 기술거래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만들고, 결국 국내의 기술거래 및 개발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의 이규석 부연구위원은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공급 기술이 수요기업에 필요한 기술인지, 기술이 상용화 할 만큼 충분히 성숙했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제도는 기술을 보고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면 기술을 탈취했다는 오명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수요기업에 필요한 기술이 아니라면 거래를 거절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징벌적 손해배상 등 기술보호를 강조하는 분위기 때문에 수요기업의 기술거래 시도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기술보호 제도가 선진국과 비견해 충분한 수준임을 언급하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려면 대·중소기업이 서로 연계할 수 있도록 기술거래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거래 중개기관을 일원화하고, 통합 기술거래 DB를 구축, 공급 기술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제시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밝힌 그는 다양한 방식의 기술거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에서 기술을 공급하는 기업이나 연구원 등은 대부분 기술을 판매하는 시점에 금액을 정산하는 선불 방식이다. 그러나 공급 기술이 완성 제품의 가치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이는 기술 수요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기술거래를 망설이게 해 기술의 발전과 기업의 성장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부연구위원은 “기술의 기여도를 계산해 정산을 받는 경상실시료 기반(후불 방식)의 기술거래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거래를 활성화해 건전한 기술거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한편, 보고서는 한국이 연구개발비의 양적 지표는 우수하지만, 우수특허 수가 적고, 기술거래가 저조해 질적 지표가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조사한 2020년도 국가별 연구개발비 및 연구개발비 비중 자료를 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R&D) 비중은 4.81%로 국가 중 세계 2위, 연구개발비는 약 93조 원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러나 2013~2017년 한국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 중 민간 R&D를 통한 우수특허 비율은 7.9%, 국가 R&D에 의한 우수특허는 5.4%,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우수특허 비율은 8.9%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