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인공지능(AI)이 기업의 기초 실무를 대체하면서, 다음 세대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청년층의 ‘학습 구간’이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 기업은 AI가 단위 업무를 스스로 수행하는 오토파일럿 체제로 진화하며 시니어급 숙련 인재만 찾고 있어, 청년 고용 충격이라는 시장 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개입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KSVF)’의 일환으로 ‘AI 시대, 청년 일자리 진단 및 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임영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개회사를 통해 “AI 기술의 빠른 발전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도 하지만,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에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불안도 동시에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 실장은 “막연한 걱정을 넘어 청년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 위해 정부와 기업, 특히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이 함께 답을 찾아야 한다”며 민관 협력을 강조했다.
이날 발제자들은 AI 확산이 노동시장 총량보다는 청년층의 진입 단계에 집중적인 충격을 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종전에는 신입이 초급 과업을 수행하며 도메인 지식과 경험재를 축적했으나, 현재는 해당 업무가 AI로 자동화되며 학습 기회가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 등장 이후 중년 및 고령층과 달리 청년층(15~29세)에서만 AI 고노출 직종 취업자 지수가 눈에 띄게 하락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의 올해 조사를 인용하며 “시니어급 숙련도를 요구하는 신입 공고는 35% 증가한 반면 일반 신입 공고는 10% 감소해, 사실상 신입에 대한 숙련 요구가 7배나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기업들이 신입에게 시니어급 역량을 요구하며 경력 초기 과업을 과도하게 자동화하는 것은, 개별 기업엔 합리적 선택일지 몰라도 사회 전체로는 다음 세대 전문가 육성을 가로막는 시장 실패”라고 비판했다.
실제 고용 지표도 진입로가 막힌 청년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상복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사업단장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15~29세 ‘쉬었음’ 청년 인구는 2022년 39만 명에서 지난해 42만8천 명으로 지속 증가했다.
청년의 첫 취업 평균 소요 기간은 2025년 기준 11.3개월에 달했으며, 1년 이상 소요되는 비율도 31.3%로 늘었다. 여기에 고학력자 과잉 공급과 화이트칼라 쏠림 현상까지 겹치며 직종과 직능 불일치 현상은 더욱 심화했다. 반면 주요 기업의 신규 채용 계획 인원 중 경력직 비중은 2024년 28.1%에서 지난해 31.2%로 높아져 뚜렷한 경력직 선호 기조를 보였다.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 현장의 사례도 공유됐다. 김민환 SK AX HRX추진담당 부사장은 “과거의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사라지고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오토파일럿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기업은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할 실무형 인재를 원하고 청년은 무엇을 배울지 모르는 격차가 존재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무 전문성과 AI 활용 역량을 겸비한 인재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인 ‘SK 스칼라’를 운영 중이며, 내년부터는 연간 1천5백 명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고용 충격 자체가 기술에서 비롯됐더라도 그 강도를 조절하는 것은 결국 국가 제도”라며 “청년 일경험을 단기 체험으로 끝내지 않고 정규 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 내 학습과 연계된 교육 훈련 체계와 상시 진단 제도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