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정부가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3대 분야의 활성화를 통해 AI 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서겠다는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정책 방향과 기업의 실제 입지 판단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GESI)는 반도체·데이터센터 재직자 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메가프로젝트가 기업을 움직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입지 결정 요소의 중요도를 5점 척도로 평가했을 때 전력 공급 안정성(4.15점)과 전기요금 수준(4.04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 수도권 입지를 선택한 이유로는 전문인력 확보(30%)와 고객·수요처 접근성(23.8%)이 앞섰고, 전력 공급 안정성을 이유로 꼽은 응답은 3.8%에 그쳤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효은 GESI 부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전력은 후보지가 검토 대상에 들어가기 위한 '진입조건'에 가깝고, 최종 선택은 인력·수요처·산업생태계까지 결합된 종합적 입지 경쟁력에서 갈린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을 선호 입지로 꼽은 응답은 10%에 그쳤다. 보고서는 그 배경으로 기존 사업장에서도 REC·PPA 등 여러 방식을 통해 재생에너지 조달 요구에 대응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생산지역으로 옮겨갈 유인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62.5%는 ‘사업장을 옮기지 않고도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충족할 수 있어 이전 유인이 약하다’는 진단에 동의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입지 판단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려면 수도권과 30% 이상의 요금 격차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30%를 적정 할인율로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소폭의 가격 차이만으로는 기존 입지가 가진 이점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기업의 인식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8월 26일 공청회에서 제시한 설계안의 최대 인하폭과 응답자들이 인식하는 '의미 있는 격차'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남권 반도체 산단에 대한 전력·용수 공급 계획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공급 계획'과 '기업의 실제 선택' 사이의 간극이 존재한다.
보고서에 인용된 조사 내용에 따르면, 현실적인 비수도권 후보 권역으로 충청권을 선택한 응답은 46.2%였던 반면, 서남권이 포함된 호남권을 선택한 응답은 10%에 그쳤다. 재생에너지 조달 압력이 높은 기업 집단으로 좁혀 봐도 호남권 선택률은 12.5%에 머물렀다.
이 부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재생에너지 조달 필요성이 큰 기업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우수한 서남권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조달 압력이 큰 기업일수록 지방 입지 검토 의향과 정책 반응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밝혔다. 조달 압력이 높은 집단은 낮은 집단보다 현재 지방 입지 검토 의향(3.58점 대 2.75점), 지원조건 확인 후 검토 의향(3.98점 대 2.92점)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메가프로젝트는 '전력·재생에너지 공급사업'이 아니라 '기업의 실제 선택을 바꾸는 입지전환 정책'이어야 한다”며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지역 요금 격차를 설계하고 재생에너지 생산지역에 입지할 때만 얻을 수 있는 별도의 편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업종 전체가 아닌 실제 이동 가능한 투자 프로젝트 단위로 지원을 선별하고 서남권 정책을 단순 공급사업이 아닌 산업집적 형성사업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조사는 비확률 온라인 패널을 통해 반도체 40명, 데이터센터 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응답자의 83.8%가 향후 5년 내 신규 사업장 또는 증설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