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첨단산업 투자 확대, 탄소중립 현실화 등 재생에너지 보급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누적 보급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목표 달성을 위해 전력계통 확충, 자본조달 여건 정비, 보조금 제도 합리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KDI 정성훈 산업·시장정책연구부장과 임희현 연구위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재생에너지의 효과적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27일 재정경제부 브리핑실에서 발표했다.
임 연구위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은 39GW로 2030년 100GW 목표를 채우려면 매 반기 평균 6.8GW 이상의 신규 설비 보급이 필요하다. 이는 지난 5.5년간 실적 평균의 4배 수준으로 태양광은 약 3.6배, 풍력은 약 10배 빠른 보급 속도가 요구된다.
그는 “지금까지의 실적이 상당한 보조금을 통해 얻어낸 결과임을 주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보조금 제도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로 지난해에만 4.5조 원이 투입됐고, 2012년 도입 이후 누적 규모는 약 28조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해당 비용은 국민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에서 충당되고 있다.
그러면서 “보조금 제도의 비용과 편익이 어떻게 비교되고 있는지, 경제적 정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임희현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빠르게 확대해야 하면서도, 주요 수단인 보조금의 비효율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두 가지 과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라고 전했다.
연구는 현행 RPS가 대규모 발전사업자의 발전 수익에 공급인증서(REC) 판매 수익을 추가 지급해 사업자에게 재생에너지 보급 유인을 제공하고 있음에 주목해, REC 보조금이 1원 추가 지급될 때 사회에 돌아오는 편익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제도의 비용 효율성을 평가했다.
2020년 기준으로 추정한 결과, 보조금 1원당 태양광은 1.33원, 육상풍력은 1.18원으로 나타나며 최소한의 경제적 타당성이 확인됐다.
그러나 그는 이를 통해 현행 보조금 제도의 비용효율성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양한 여건에 의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미국(2020년 기준 태양광 3.50원, 풍력 5.21원)을 비롯한 주요국에 비해선 사회적 비용 편익이 낮은 편이다.
편익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는 학습효과와 공급탄력성이 꼽혔다. 설비를 많이 설치할수룩 노하우가 축적되며 비용이 낮아지는 학습효과는 태양광과 풍력 편익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며, 발전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환경에서 더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급탄력성은 발전사업자가 가격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해 추가 설비 도입·투자를 하는지를 나타낸다. 이 민감도가 클수록 추가 투자를 유발하며, 학습효과를 발생시켜 설치 비용을 떨어트리는 선순환으로 이뤄진다. 임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보급 단계의 환경을 제도적·물리적으로 개선하면 공급탄력성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이 빠르지 않은 구조적 제약으로는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주요국보다 높지만, 실제 발전 비중은 비슷한 LCOE 수준의 국가들 평균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국가별 패널 데이터에서 재생에너지 보급률의 결정 요인을 분석한 결과, 이는 전력계통과 자본조달 모두의 구조적 미비로 파악됐다.
전력계통에서는 2003~2023년 사이 발전 설비가 154% 늘었지만 송전망 확충은 26%에 그치면서 계통이 포화된 지역에서는 신규 접속이 제한됐다가 최근에서야 일부가 재개됐다. 수급 격차를 매워줄 분산에너지, ESS, 수요반응 등 유연성 자원도 미비하다.
자본조달의 경우 고정가계게약 입찰의 상한가가 시장 기대수익에 미치지 못해 거듭 미달되고, 전력구매계약(PPA)은 거래 상대방과 규모 제한으로 확산되지 못한 상황이다.
임희현 연구위원은 “전력계통과 자본조달의 병목은 서로 맞물려 있어 악순환 유발 위험과 더불어 방치할 경우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과정에서 속도뿐만 아니라 편익고 함께 낮출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전력계통 ▲자본조달 ▲보급 지원 세 가지 축이 통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 연구위원은 “전력계통 측면에서는 송전망 확충에 대한 속도를 높이고 유연성 자원이 원할히 공급될 수 있도록 시장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라며 “자본조달 영역에서는 경쟁입찰 기반 장기계약 안착과 PPA 규제 완화를 통한 발전사업자의 안정적 장기 수익 판로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제시했다.
아울러 “보급지원 정책은 학습효과와 공급탄력성의 선순환을 이끄는 방향으로 설계함과 동시에, 보급 지원 정책별로 그 효율성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