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AI(인공지능)가 현실세계와 결합하는 피지컬(Physical) AI 시대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핵심으로 현실세계에서의 ‘직접 경험’ 데이터가 지목됐다.
박민우 현대자동차그룹 AVP 본부장 겸 42dot(포티투닷) 대표는 서울 코엑스(COEX)에서 24일 개막한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에 참석해, ‘피지컬 AI 시대의 대한민국’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박 대표는 “1950년대부터 시작된 AI 연구는 2000년대 인터넷의 대중화로 디지털 데이터가 축적되고, GPU 연산 기술이 발전하면서 첫 번째 전환점을 맞았다”라며 “그리고 지금은 화면 밖 현실로 넘어, 직접 보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피지컬 AI가 두 번째 전환점을 이끌고 있다”라고 짚었다.
그는 피지컬 AI의 성장을 위한 선결 과제로 ‘데이터’를 지목했다. 기존 LLM(거대언어모델)은 인터넷 공간에 축적된 방대한 언어 데이터를 자원으로 성장했지만, 피지컬 AI가 작동해야 하는 현실 세계의 데이터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있는 글이나 코드만으로는 현실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배울 수 없다”라고 단언한 박민우 대표는 “자동차가 빗길을 주행하며 느껴지는 미끄러움, 로봇이 물건을 집을 때의 마찰·압력과 같은 데이터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축적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지컬 AI 시대의 진정한 시작은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가공할 것인가에 달려 있지만, 안타깝게도 자본력만으로 단숨에 뛰어넘을 수 없는 가장 견고한 진입장벽”이라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AI 성장을 이끌어온 세가지 요소로 ▲모델 ▲연산자원 ▲대규모 데이터를 소개하며 “모델과 연산자원은 빠르게 범용화되고 있으며 파트너십 체결이나 비용 투자로 확보할 수 있지만, 현실 경험 데이터는 복제도 구매도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사람의 안전과 직결되는 피지컬 AI는 보편적 정보의 학습 이상으로 ‘예외 사항’에 대한 학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비 오는 밤 젓거나 얼어 있는 도로’·‘불법 주정차 차량’·‘공사 구간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배달 오토바이’와 같이 자주 발생하지 않지만 한 번의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는 돌발 상황 데이터는 오직 현실 세계에서 직접 겪어야만 학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민우 대표는 미국과 중국 주도로 피지컬 AI 시대에 필요한 데이터 축적 경쟁이 이뤄지는 가운데, 한국에도 분명한 기회가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우선 국토교통부 주도의 도시 단위 대규모 자율주행 실증 인프라를 제시했다. 한국의 도시는 독특한 교통 패턴 관리와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을 가지고 있어, 가치 있는 실증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최고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현대차그룹은 광주광역시 대상으로 펼쳐지는 자율주행 실증 사업에 200대의 자율주행 차량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대한민국 모빌리티 역사의 매우 중요한 이정표이자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 핵심 축으로는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글로벌 차량 양산 규모를 내세웠다. 박민우 대표는 “테슬라가 지난 10년간 900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고 FSD를 탑재해 대량의 데이터를 축적했다”라며 “현대차그룹은 1년에 800만 대의 차량을 양산할 수 있으며,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과 첨단 센서 체계를 표준화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차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룹 내 브랜드와 파트너사들의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이터 연합’을 구축해, 방대한 규모의 차량 데이터와 현실 세계의 예외 사항을 더 많이 축적하려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토부의 선도적인 대규모 실증 설비 지원과 현대차그룹의 탄탄한 양산 체계가 결합할 때, 도로 위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변수와 예외 사항들은 고품질의 학습 데이터가 되며 자율주행 기술은 더 똑똑하고 안전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 기술은 다시 다양한 환경에서 또 다른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데이터를 중심으로 기술이 스로로 빠르게 진화하는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이 완성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박민우 대표는 “정부의 든든한 리더십 아래 많은 기업과 연구기관이 하나가 되어 생태계를 촘촘하게 연결해 나가길 희망한다”라며 “인프라와 제도가 길을 열어주고 생태계와 인재가 함께 달린다면 데이터들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할 것이며, 한국은 피지컬 AI 기술의 단순한 사용자(User)가 아니라 시대를 선도하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