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인공지능 기반 제조 혁신의 병목이 생산라인 밖에서 드러나고 있다. 공장 안 설비가 똑똑해져도 부품과 자재가 제때 움직이지 않으면 스마트공장은 멈춰 선다. 카덱스코리아는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산업AX 코리아 2026’에서 창고와 내부 물류 자동화가 제조 AX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카덱스코리아가 이날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자동화율은 50~70% 수준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15~25%에 그친다. 격차는 비용 구조에서도 나타난다. 매출 500억 원 미만 소기업의 물류비 비중은 7.8%로 대기업보다 1.78배 높다. 생산 효율을 높여도 창고에서 자재를 찾고 옮기는 시간이 길어지면 전체 공정의 속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송재명 카덱스코리아 대표는 AI 도입에 앞서 물류 데이터 정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송 대표는 “AI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려면 기반이 되는 물류 데이터가 정확해야 한다”며 “공장 내부 물류의 병목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완전한 스마트공장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덱스코리아가 제시한 해법은 작업자가 물건을 찾아다니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회사는 로봇이 작업자에게 물품을 가져다주는 GTP 방식을 소개했다. 기존 창고에서는 작업자가 통로를 오가며 물건을 찾았다. GTP 환경에서는 작업자가 지정된 구역에 머물고 로봇이 필요한 물품을 운반한다. 회사 측은 이 방식으로 작업 인원을 줄이고 남은 인력을 검수나 포장 등 다른 업무에 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기술도 함께 소개됐다. 카덱스코리아는 고밀도 보관 시스템인 오토스토어와 수직 리프트 모듈을 제시했다. 오토스토어는 통로를 줄이고 빈을 촘촘히 쌓아 보관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송 대표는 “기존 창고 대비 공간 효율을 약 4배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피가 작고 가벼운 물품은 오토스토어에 보관하고 최대 160kg에 이르는 무거운 부품은 수직 리프트 모듈로 관리하는 식이다.
초기 투자 부담이 큰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단계적 도입 방안도 제시됐다. 카덱스코리아는 표준화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스타터그리드’를 통해 발주 뒤 4개월 안에 현장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스템을 먼저 작게 도입한 뒤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고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실제 도입 사례로는 창원 공구 제조 기업 W사와 사천 반도체 부품 기업 T사가 언급됐다. 두 기업은 2420개에서 4300개 규모의 빈과 로봇을 투입해 바닥 적치 문제와 공간 부족을 개선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카덱스코리아는 성능 보증 조항도 강조했다. 송 대표는 “시간당 약속한 주문 처리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차액을 환불하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 현장의 AX가 생산 설비를 넘어 창고와 물류로 확장되는 가운데, 중소 제조업계가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자동화를 도입할 수 있을지가 향후 확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