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Net Zero)을 향해 나아가는 상황에서, AI(인공지능)가 촉발한 폭발적인 전력 수요는 에너지 대전환 과제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에 산업 발전을 위한 전력 공급과 탄소중립을 국가 안보적인 관점에서 하나로 묶어 해결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공학한림원 윤의준 회장은 16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제8회 국회미래산업포럼 에너지 대전환과 산업 육성정책의 조화를 위한 전략’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지속적 산업발전과 에너지 대전환의 조화’를 주제로 삼은 그는 “우리는 기후위기라는 커다란 문명사적 흐름을 맞아, 2050년까지 지구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자는 국제 탄소중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동참 중”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태양광, 풍력, 수소, 핵융합 등 무탄소 발전원을 적극 수용해 그리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모든 동력원이 전기에 기반하는 전기화 시대가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그러나 LLM(거대 언어 모델)을 필두로 AI가 열풍을 이끌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데이터센터가 기가와트(GW)급 전력을 소모하고 있다”라며 “탄소중립보다 AI 발전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늘면서 전력 공급을 위해 기존의 가스터빈이나 디젤엔진을 수주하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또, 피지컬 AI가 대두되면서 휴머노이드로봇·로봇택시·다크팩토리 등 전력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에너지 상황에 대해서도 살폈다.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한국은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선 AI 접목이 필수적이다. 전력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에너지 수입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매년 92~94% 수준으로, 10년 누적 지출액은 1천600~1천700조 원에 달한다. 윤의준 회장은 재생에너지 기술의 발달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이 많아졌음에도, 국가 차원의 에너지 자립 목표 설정이나 논의가 안이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에너지 인프라를 두고는 “핏줄이 막힌 상태”라고 진단했다. 전력의 막대한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해 있고 친환경 재생에너지 공급원은 지방에 있는 ‘지리적 불일치’가 그 원인이다. 이는 수요지와 공급지를 연결하는 송전망 건설을 둘러싸고 인허가 지연과 보상 문제로 전력망 확충에 심각한 병목 현상을 야기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전력시장에 근본적 문제점이 있다고도 짚었다. 원가보다 싼 전기 요금으로 한국전력의 누적적자가 심해지고 있으며, 이는 필수 전력망 확충 자금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배전과 판매가 독점된 구조로 ‘IT결합 요금제’, ‘전기차 V2G 서비스’와 같이 다양한 에너지 혁신 기업이 탄생할 토양이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그는 배전 및 판매 부문에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야전기차 충전 무제한 요금제’나 ‘인터넷, 가스, 전기 결합 할인’처럼 민간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결합된 요금제들이 서로 경쟁하는 체제가 조성돼야 혁신이 일어날 수 있으며, 수요 반응에 따른 유연성 확보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의준 회장은 정책제언으로 ▲정부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전환 ▲전력 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 ▲국가가 책임지고 전력망 확충 ▲DDD 혁신 플랫폼 기반 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을 제시했다. DC(직류) 기반 분산(Distribution) 전력망을 디지털화(Digital)해 고도화하는 방안이다.
윤 회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지속적 산업 발전을 위한 안정적 전력 공급과 탄소중립 목표의 에너지 대전환은 서로 상충하는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하나의 과제”라며 “이를 국가 안보적 차원의 단일 목표로 바라보고, 복잡하게 얽힌 제도적·기술적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는 상위 레벨의 국가적 전략 결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제8회 국회미래산업포럼 에너지 대전환과 산업 육성정책의 조화를 위한 전략’ 행사는 국회미래산업포럼이 주최하고 국회미래연구원이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