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스마트워치(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나의 감정을 읽고 시작화해 보여준다. 긍정적인 감정은 녹색, 부정적인 감정은 적색으로 표시되며 ‘격한 수치’, ‘허기’, ‘흥미진진’과 같이 감정을 데이터로 치환해 보여준다.
JTBC에서 이달부터 방영 중인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모자무싸)’에 등장하는 ‘감정워치’의 기능이다. 설정상 상용화 직전 마지막 테스트 단계인 제품으로, 작품의 핵심 소재다.
감정워치의 작동 원리는 알 수 없지만, 이는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이라는 기술로 설명할 수 있다. AI(인공지능)·빅데이터를 비롯한 첨단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표정·음성·생체신호 등을 분석해 감정 상태를 인지·반응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이 기술의 초기 단계를 경험 중이다. 갤럭시워치·애플워치를 비롯한 최신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은 심박변이도·심박수·피부전기도·체온 등을 측정해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고, 호흡 운동이나 명상을 권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이러한 기술은 개인의 자기 관리를 넘어 의료기관의 환자 모니터링용으로 쓰이고 있으며, 산업현장의 안전 모니터링 솔루션으로도 활용 중이다.
특히 건설 현장처럼 야외거나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서 노동자 개개인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육체적 부상뿐 아니라 극도의 불안이나 피로 상태를 감지해 휴식을 권고하면서 중대재해 예방 솔루션으로 사용되고 있다.
드라마는 감정워치를 통해 기술의 유용성 뒤의 윤리적 질문까지 함께 던진다. 주인공 황동만은 감정위치를 통해 자신이 ‘파괴적 인간’임을 깨달았다고 느낀다. 까페에서 자동차 충돌 사고를 목격한 뒤 감정위치가 ‘설렘’을 나타내며 뉴스 속 세계정상회담을 대상으로 벌어진 테러 사건에서 ‘흥미진진’, 성공적인 진압 작전 소식 후 ‘실망’이라는 감정이 표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인이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순간에서 황동만은 감정워치가 분석한 ‘놀람’·‘당황’·‘걱정’이라는 단어를 확인한다. 그는 “나는 파괴적인 인간이 아니다, 괴물이 아니다”라고 외친다. 결국 AI는 단편적인 생체반응만을 토대로 감정을 분석하며,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100% 정확하게 담아내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모자무싸는 ‘기계가 나의 감정을 정의할 때, 인간은 더 행복해지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일상에서 느끼는 우울, 분노, 허무, 수치와 같은 감정을 적색으로 표시해 줬을 때, 그것은 스마트팩토리에서 붉게 점멸하며 경고하는 오류나 결함과 같은 것일까.
근미래 감정워치가 모두에게 보급돼 적색 감정이 하루에 몇 번 감지돼 강제 휴식 시간을 가졌는지가 인사고과의 지표가 된다면 어떨까. 우리는 센서의 기준에 감정을 맞추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감정 노동을 강요받게 될지도 모른다.
감정은 인간의 주관적이고 복잡한 내면의 영역이다. 이를 색깔과 단어로 치환하는 AI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 잘못 분석된 감정 데이터가 의료적 판단이나 인사 평가에 활용된다면, 황동만처럼 개인을 자기혐오에 몰아넣는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감정까지 빅데이터·알고리즘화 할 수 있는 시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