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법률과 기술이 결합한 리걸테크(LegalTech) 산업이 법률 전문가를 넘어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향상하는 공공 인프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 주최, (사)한국인공지능협회 주관으로 국회 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 9일 개최된 ‘AI 시대 국민의 권리와 선택권 보장을 위한 리걸테크 정책 토론회’에서는 법무부와 법제처 관계자가 토론자로 나서 리걸테크 관련 부처 입장을 제시했다.
법무부 법무과 홍형석 법무관은 “법무부는 전자서명 계약 관리부터 법률 서식 제공·변호사 검색·법률문서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 리걸테크가 적용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리걸테크와 AI를 결합해 사건 결과를 예측하거나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AI 리걸테크’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나, 변호사법을 비롯해 관계 법령과의 충돌 가능성을 두고 논의가 계속되며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AI 리걸테크에 대한 책임소재나 배상문제 같이 기술적·제도적 한계도 제기되고 있어,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법무관은 현재 발의된 ‘리걸테크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권칠승 의원 대표 발의, 이하 리걸테크진흥법)’과 ‘법률정보기술산업진흥 및 법률소비자 편익 증진에 관한 법률안(이해민 의원 대표 발의, 이하 법률정보기술산업진흥법)’을 살폈다.
리걸테크진흥법에서는 허가제를 도입하고 무허가로 리걸테크 업체를 운영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법률정보기술산업진흥법은 신고제 도입 및 미신고 업체에 과태료 부과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그는 “허가제 또는 신고제 필요 여부와, 필요하다면 규제 강도는 어느 수준으로 설정할지 등 입법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수렴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무상 또는 B2B 대상 리걸테크 서비스의 경우 이러한 법률이 오히려 새로운 규제 창설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라며 “향후 폭넓은 논의가 요구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법무부의 리걸테크 관련 구체적 로드맵에 대한 질문에 홍형석 법무관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법무부는 전문가 의견 수렴과 연구 등 다양한 논의를 진행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대표적인 리걸테크 중 하나인 변호사 검색 서비스와 관련해 ‘변호사 검색 서비스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업체들에 다양한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라며, “AI 리걸테크 역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기준이나 지침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오청미 과장은 “리걸테크의 핵심 원천 데이터가 법령정보이며, 법제처는 이를 수집·관리·제공하는 주무 부처”라며 “각종 법령·행정 규칙·판례 등을 수집해 국민들이 접근하기 편하게 운영하고 있는 시스템이 ‘국가법령정보센터’로, 2010년 서비스 개시 당시 350만 건의 법령정보에서 현재 740만 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라고 소개했다.
오 과장은 “740만 건 중 판례에 해당하는 정보가 약 17만 건인데, 법원행정처가 제공하는 판례가 9만 건, 법제처가 자체적으로 모아서 제공하는 것이 7만 건 정도 된다”라며 “국민들께 공개돼야 하는 판례 범위가 훨씬 넓을 것으로, 법제처는 더 풍부한 데이터를 확보해 제공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6월 대국민 개통을 목표로, 올해부터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해 자연어 질문에 적합한 법령정보를 찾아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한다”라며 “해당 서비스 개발에 있어 많은 양의 법령 데이터가 확보돼야 한다는 선결 조건이 해소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리걸테크 산업에서 정부에 바라는 것은 ‘과도한 규제 개선’과 ‘원천 데이터 제공’”이라며 “법제처는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하위 법령 제정 시 주요 쟁점을 지원하고, 분산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해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통해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