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이나 ‘안전한 AI’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최초로 AI의 신뢰성을 기술과 절차적 측면에서 입증하는 해커톤이 열려 이목이 쏠렸다.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 개발 과정의 투명성과 윤리적 거버넌스를 증명해야 하는 난도 높은 과제에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와 경북대 대학원생 연합팀이 초대 챔피언의 영예를 안았다.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국제연대(TRAIN)’와 AI 신뢰성 전문 기업 씽크포비엘은 29일 서울교대 사향융합체육관 그랜드홀에서 ‘제1회 트라이톤(Triton)’ 시상식을 개최하고, ‘TLV’ 팀(변재연·이제경·김보경)에 우승 상패와 상금을 수여했다.
이번 대회는 결과물의 성능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도출되기까지의 논리적 근거와 검증 절차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기존 해커톤과 궤를 달리한다.
우승을 차지한 TLV 팀은 ‘가디언(Guardian) AI: 교육용 AI 안전성 평가 시스템’을 선보였다. 심사위원단은 이들이 실제 서비스 환경을 가정한 구체적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방대한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시스템의 신뢰성을 입증해 낸 점을 높이 샀다. 특히 기술적 완성도와 설명 가능성(XAI) 측면에서 일관된 논리를 유지한 점이 주효했다.
이어진 순위에서는 ▲2위 ‘숨 쉰 채 발견’(서울시립대) ▲3위 ‘성·신의 한 수’(성균관대·성신여대) ▲4위 ‘SecurAI’(경상국립대) ▲5위 ‘이닦조’(가톨릭대) ▲6위 ‘GPS.dev’(성균관대) 팀이 각각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주최 측은 시상금 액수에도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 최대 420만 100원에서 최소 52만 5900원으로 책정된 상금은 AI 신뢰성 관련 국제 표준(ISO/IEC) 번호를 상징한다. 상위 입상자들에게는 국내 주요 IT 기업에서의 인턴십 기회도 제공되어 실무와 채용이 연계되는 발판이 마련됐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간 진행된 대장정은 ‘교육’과 ‘경쟁’이 결합된 독특한 구조로 진행됐다. 예선을 통과한 39개 팀(159명)은 씽크포비엘의 전문 교육과 10년 이상 경력 연구원들의 1:1 멘토링을 거치며 실무 역량을 다듬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 40명이 ‘AI 신뢰성 전문가 민간자격(CTAP)’을 취득하는 성과도 거뒀다.
공공 기관의 전폭적인 지원도 성공적인 대회 개최의 밑거름이 됐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방대한 ‘AI 허브’ 학습용 데이터를 개방했고,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참가팀들이 고성능 연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GPU(그래픽처리장치) 자원을 무상으로 지원했다.
KTL 관계자는 “글로벌 규제 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표준을 기반으로 AI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은 국가적 과제”라며 인프라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씽크포비엘은 이번 대회가 ‘신뢰할 수 있는 AI(Trustworthy AI)’를 단순한 윤리 선언이 아닌, 구체적인 거버넌스와 책임 구조로 구현해 냈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참가자들은 문제 정의부터 검증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설계하며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신뢰성 기준을 체득했다.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는 “AI 신뢰성은 교과서 속 이론이 아니라 현장의 치열한 고민과 책임 있는 의사결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참가자들이 보여준 성과는 향후 기업과 공공이 AI 신뢰성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