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민주노총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시행 이후 지난해 7월까지 2천900여 건에 달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이 중 수사 대상 사건은 1천200여 건이었고 실제로 기소된 사건은 121건에 불과하다. 이에 중처법 시행 이후에도 중대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양형 기준의 부재’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의 법률원인 하태승 변호사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 국회 토론회-왜 '산업재해 공화국' 굴욕을 멈추지 못하고 있나’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엄격한 양형 기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양형 기준 제정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하 변호사는 “중처법 제정 이전에는 산업재해는 형법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등으로 의율돼 왔다”며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유죄가 선고된 사례는 많지만 양형 수준은 매우 낮았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가 특히 심각성을 지목한 부분은 법인에 대한 처벌의 수준이다. 규정된 법정형으로는 사망 사고 발생 시 50억 원, 부상 사고 발생 시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나 실제로 1억 5천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부과된 경우는 전체 71건 중 4건에 불과하다.
“‘중처법으로 인해 과도한 형사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또는 ‘책임과 형벌의 불균형이 이뤄지고 있다’는 재계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강조한 하 변호사는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발생하는 중대재해사고를 방지하고 기업주나 기업에는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는 입법취지는 몰각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하 변호사는 “감경요소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피해자와의 합의했다는 사실만으로 형의 감경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한 그는 “최근 발생한 아리셀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합의’를 감경요소로 인정‧선처하는 것은 기업에게 처벌 회피에 관한 학습 효과를 주고 산재 발생의 악순환을 강화하는 기제로 기능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기업의 규모‧매출액에 비례한 벌금형 기준 마련 필요도 함께 주장됐다. “영국은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임원의 보수 등 기업의 재정상황을 고려해 벌금을 선고한다”고 말한 하 변호사는 “실질적인 형벌의 기능이 이뤄지도록 기업의 재산소유관계나 매출액, 영업이익 등에 비례한 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과실 역시 본질적인 감경 사유로 참작할 수 없으며, 재발방지조치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한 엄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한 하 변호사는 “중처법에 대한 엄중한 양형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