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시행된 지 4년이 됐지만, 현장의 중대재해사고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30~40년 전에 발생했던 사고와 동일한 사고가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중처법 관련 수사역량 확대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 국회 토론회-왜 '산업재해 공화국'굴욕을 멈추지 못하고 있나’ 토론회에서 일과사람의 손익찬 변호사는 “수사인원에 비해 사건의 수가 많아 중요 사건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 4년, 집행 현황과 판결의 의미’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손 변호사는 “중처법이 제정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사고 사망자 숫자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여러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가장 크게는 수사-기소-재판에 이르는 과정이 사업주에게 큰 영향이 없거나,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연차 감독관의 ‘줄퇴사’도 손 변호사는 문제로 지목했다. “빠른 채용과 배치로 인해 현장에 경력 3년 미만의 ‘초짜’감독관들로 수사 인력이 채워진다”고 말한 손 변호사는 “이들이 곧바로 복잡해지는 노동사건 처리에 뛰어들면서 업무강도가 강해졌다”고 언급했다.
중처법과 관련된 소송의 1심에서 사측의 ‘무죄’가 나오는 사례가 대부분인 것도 중처법 처분 사례 감소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라는 것이 손 변호사의 지적이다.
그는 “1심에서의 높은 무죄율은 사법부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산재를 조직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실수 또는 일탈로 보고, 이를 사업주 입장에서 예측할 수 없다고 판결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저에는 ‘사업주는 해야 할 교육과 조치를 평소에 잘 했다’는 인식이 전제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영책임자의 의무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해석하는 ‘2단계 인과관계론’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손 변호사는 강조했다.
지난해 진행된 중처법 관련 판결 3건을 소개한 손 변호사는 “기업의 조직적 문제에 관한 충실한 수사가 충실한 판결을 낳는다”고 전제한 뒤 “연간 500건 정도의 중처법 적용 사건이 누적된다고 볼 때 현재의 수사역량에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손 변호사는 “대‧중기업 중심으로 반복 발생 사업장이나 다수 인명피해 발생 사업장 등으로 수사역량을 집중해 본보기를 보일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