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이 지역별 전기차 보급 수준과 전력망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충전기 숫자를 늘리는 데 집중했던 시장 가운데 일부는 기존 설비의 가동률과 투자회수 문제로 관심을 옮기는 반면, 전기차 보급 초기 단계에 있는 지역에서는 여전히 충전망 확대가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23일 커화(KEHUA)가 정리한 ‘2026 글로벌 EV 충전시장 동향’과 관련 기관 자료를 종합하면 유럽과 북미, 중남미, 동남아시아, 중국의 충전 인프라 투자 방향에서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공공 충전 포인트는 올해 6월 기준 약 116만 개까지 늘었다. 다만 국가별 전기차 보급과 충전망 밀도에는 차이가 있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에 따르면 네덜란드·독일·프랑스 3개국에 EU 공공 충전기의 55%가 집중돼 있다.
충전사업자의 투자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PwC Strategy&가 유럽 주요 충전사업자(CP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72%가 보다 선별적인 투자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규 충전기 숫자 자체보다 교통량과 예상 이용률, 투자금 회수기간 등을 따져 설치 지점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북미는 충전 거점 대형화…중남미는 인프라 확충 과제
북미에서는 충전망 확대와 함께 수요가 집중되는 거점의 처리능력을 높이는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다수의 충전기를 전략적인 위치에 집중하고 고출력 충전과 전력 배분을 통해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차량을 늘리는 접근이다.
반면 중남미는 시장 상황이 다르다. 중남미·카리브에너지기구(OLACD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중남미·카리브 지역에서 운행 중인 전동화 경량차는 83만7천여 대로 전체 경량차의 약 0.7%에 머물렀다.
브라질이 지역 내 전동화 경량차와 공공 충전 인프라 규모를 주도하고 있으며, 칠레는 전기버스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빠른 보급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서는 기존 충전망의 효율화보다는 고속도로와 상업시설, 대중교통 및 물류차량을 위한 충전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시장 성장과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동남아는 충전과 에너지 인프라 결합
동남아시아에서는 충전설비와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함께 운용하는 에너지 관리 방식이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력망 용량에 제약이 있는 상업·산업단지나 호텔, 쇼핑센터, 차량기지에서는 충전기를 단순히 차량에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로 운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현장의 발전·저장설비와 연계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충전설비 구축에서도 지역별 전력망 상태와 전력 사용 패턴을 고려한 전력 배분과 충전·저장 시스템의 연계가 주요 기술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중국 충전 인프라 2305만7천 개…고출력 설비 18만 개 넘어
중국에서는 충전망의 양적 확대와 고출력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2305만7천 개로 전년 동기 대비 43.2% 증가했다. 이 가운데 공공 충전시설은 500만9천 개, 개인용 시설은 1804만8천 개다.
고출력 충전설비도 18만 개를 넘어섰다. 중국 내 현(縣) 단위 충전 인프라 보급률은 98.61%까지 올라갔다. 충전시설 숫자를 늘리는 동시에 고출력 충전과 지역 단위 네트워크 확대, 스마트 충전 및 차량·전력망 연계(V2G) 등으로 정책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이처럼 글로벌 충전시장을 하나의 성장 단계로 설명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충전망이 상당 부분 구축된 시장에서는 설비 가동률과 전력 배분, 투자회수가 중요해지는 반면 보급 초기 시장에서는 충전 인프라 자체를 확대하는 작업이 병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KEHUA 서강국(Cooper Xu) 한국지사장은 서면 질의를 통해 “충전 인프라 시장은 이제 모든 지역에서 같은 방식으로 설비를 확대하는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전기차 보급률과 전력망 환경, 충전 수요가 지역마다 다른 만큼 고출력 충전과 전력 배분, 에너지 연계 등 현장 조건에 맞춰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역시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충전 속도뿐 아니라 설비 운영률과 전력 활용, 유지관리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커화는 국내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 시장의 충전 환경과 운영 조건에 맞는 기술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