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기업 현장에 인공지능(AI)을 이식하는 과정은 단순한 IT 시스템 구축을 넘어선다. 성공적인 AI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기술 전문가가 아닌, 실제 업무의 고충과 흐름을 깊이 파악하고 있는 ‘현업’ 부서가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를 뾰족하게 정의하고 도출된 결과를 검증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변함없이 ‘사람’이다.
유응준 준AI컨설팅 대표(전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는 2일 ‘2026 일잘러 페스타’ 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서 기업의 효과적인 AI 도입 전략과 글로벌 테크 기업의 혁신 문화를 공유했다. ‘Work, Redesign-일의 본질을 묻다’를 주제로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행사다.
유 대표는 “전기가 사회적 인프라로 자리 잡는 데 100년, 인터넷이 대중화되는 데 17년이 걸린 반면 생성형 AI는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제 AI는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AI 산업을 에너지, 칩, AI 팩토리, 모델, 애플리케이션으로 구성된 ‘5단 케이크’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과거 엔비디아 GPU 확보가 병목 현상을 일으켰다면, 현재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향후에는 전력과 양질의 데이터 및 인재 확보가 새로운 병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는 디지털 세계를 넘어 물리적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로 진화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용 로봇 등의 형태로 구현되는 단계다. 유 대표는 “피지컬 AI는 98조 달러 규모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며 엔비디아 4만 2천 명의 임직원이 이 비전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유 대표가 힘주어 말한 대목은 기업 내부의 실질적인 AI 적용 방법론이다. 그는 “AI가 모든 것을 대신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라며 사람과 AI의 역할을 엄격히 구분했다. AI는 업무 요구 사항을 바탕으로 자동화, 예측, 시뮬레이션, 업무 최적화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 초기 ‘문제 정의’, AI가 생성한 ‘콘텐츠 확인 및 검증’, 그리고 ‘최종 의사결정과 책임’은 반드시 사람이 짊어져야 할 영역이다.
효과적인 AI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현업, AI 전문가, IT 부서 간의 3자 협업 구조가 필수적이다.유 대표는 “AI 부서가 임의로 주제를 정해 현업에 통보하는 방식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업무의 어려움을 가장 잘 아는 현업 부서가 문제 정의와 데이터 준비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거쳐야 할 AI 도입 로드맵으로는 4단계를 제시했다. 수작업을 줄이는 업무 자동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예측,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시뮬레이션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 가치를 높이는 업무 최적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작은 자동화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단계를 높여가며 현업 중심으로 업무를 고도화하는 것이 실질적인 이윤을 창출하는 핵심”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