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조 현장의 설비에 이상이 생길 경우 설비 자체가 작동을 멈추고 나서야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해 동안 IoT기술과 AI 기술의 괄목할만한 성장은 설비의 작동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통해서도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이상 현상의 발생 이전의 선제적인 관리로 이어져 효율의 고도화로 이어진다.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은 ‘TeSys’ 솔루션을 기반으로 제조 현장의 대표적인 설비인 ‘모터’를 AI 기술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후 유지보수에서 사전 예측으로, 패러다임의 전환
과거 산업 현장의 유지보수는 단순했다. 설비가 멈추거나 문제가 발생한 뒤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사후 유지보수'가 일반적이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파워 프로덕트 사업부 경수진 매니저는 이러한 방식에 대해 “사후 유지보수는 생산 중단에 따른 비용 부담과 운영 리스크가 있다”며 “최근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예지보전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 매니저는 “현장별 설비 환경이나 디지털 전환 수준에 따라 적용 범위에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산업군에서 예지보전이 완전히 보편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모터 데이터를 수집해 이상 발생 시점을 예측하려는 시도가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고객들의 관련 문의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 매니저의 설명에 따르면, 모터가 완전히 셧다운되기 전에 유지보수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영 안정성과 생산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고, 이는 다운타임 감소,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되는 핵심적인 가치이다. 아울러, 실제로 고객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변화도 바로 이 지점이다.
TeSys, 단순 보호 장치를 넘어 데이터 인프라로
AI 기반 예지보전을 구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충분하고 다양한 데이터의 확보다. 기존의 전통적인 MCC 기반 제품들은 모터 보호 기능 자체는 충분했지만, 데이터 수집 및 활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TeSys가 단순한 보호 장치가 아니라 ‘데이터 인프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TeSys Tera와 TeSys Island는 전류, 전압, 부하 상태 등 다양한 운영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상위 시스템이나 분석 플랫폼과 연계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축적된 데이터는 AI 기반 분석, 설비 상태 진단, 운영 최적화 등에 활용된다.
TeSys Island는 2020년 글로벌 시장에 처음 출시됐으며, 국내에는 2021년 초 공식 소개됐다.
이 제품의 가장 주목할 만한 기능 중 하나는 ‘Avatar(아바타)’다. 각 모터나 부하를 디지털 객체로 표현하고, 제어 대상의 기능과 특성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정의한 가상 객체 개념인 아바타를 통해 개별 기기마다 복잡한 프로그래밍을 수행하지 않고도, 필요한 기능에 맞는 아바타를 선택해 부하를 제어할 수 있다.
아울러,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설계 단계에서 부하 구성과 제어 방식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어 현장 적용 이전의 시스템 구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PLC 기반으로 산업 구조가 잡혀 있는 국내 환경에서 TeSys Island의 시장 접근 전략도 눈길을 끈다.
경 매니저는 “TeSys Island는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는 PLC 없이도 동작이 가능하지만, 완전한 PLC 대체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 뒤 “대신 기존 PLC 중심 구조와 자연스럽게 통합되도록 설계됐다”고 언급했다.
TeSys Island는 모듈형 구조로 필요한 기능만 선택해 구성할 수 있고, 각 모듈을 PLC에 버스커플러를 통해 연결함으로써 배선 복잡성과 설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PLC뿐만 아니라 타사 PLC와도 호환이 가능하며, 관련 가이드라인도 함께 제공된다.
중소기업도 단계적으로, 지속가능한 디지털 전환의 길
경 매니저는 이 문제에 대해 “모터는 오랜 기간 산업 현장에서 사용돼 온 표준화된 설비이기 때문에, 정격이나 운용 방식이 어느 정도 정형화돼 있다”며, “이런 특성 덕분에 TeSys와 같은 솔루션은 기존 설비 위에 비교적 용이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TeSys 제품은 기존 모터 상위에 추가되는 형태로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장비를 전면 교체하지 않고도 도입이 가능하다. 데이터 분석과 예지보전 기능은 별도의 소프트웨어 또는 PLC·컴퓨터 환경에서 구현돼 하드웨어와 독립적으로 확장 적용도 가능하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단계적으로 도입이 가능하며, 기존 설비를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한 경 매니저는 “장기적으로 모터 데이터는 공장 전체의 에너지 효율, 탄소 절감, 생산성과 연결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와이드 밴드 코일(Wide Band Coil)과 같은 기술을 포함해 제품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경 매니저는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설비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기 때문에, 모터 보호 장치와 같은 구성 요소에서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전체적인 에너지 절감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말한 뒤 “TeSys 포트폴리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단순한 보호 장치를 넘어, 모터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지원하고 나아가 공장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