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보수공사 견적서를 둘러싼 입주민과 업체의 갈등, 매년 반복되는 공시가격 이의신청은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인 정보 비대칭에서 출발한다. 경기도가 조세 부과 기준인 공시가격을 시세·개발 요인에 맞춰 현실화하고, 공동주택 관리비는 K-apt 등 데이터 연계를 통해 거품을 걷어내는 구조 개편에 나선다. 부동산 정책의 초점이 단순한 가격 통제를 넘어, 비용 구조를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데이터 기반 투명화’로 이동하고 있다.
개발 호재 반영한 공시가격… 조세 기준 현실화
경기도는 올해 1월 1일 기준 도내 488만여 필지의 개별공시지가와 46만1,000여 호의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오는 30일 결정·공시한다. 올해 개별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평균 2.85% 상승했다. 전국 평균(2.89%)을 밑돌지만, 서울(4.90%)에 이어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개별주택 공시가격 역시 평균 2.68% 인상될 예정이다.
상승세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견인했다. 광명시는 광명시흥 공공개발과 하안2 공공주택개발 영향으로 4.58% 올라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용인시 처인구(4.52%)는 반도체 산업단지, 구리시(4.34%)는 갈매역세권 공공주택개발 효과가 반영됐다. 반면 개발 요인이 적은 동두천시(0.89%)와 연천군(0.89%), 가평군(1.37%)은 1%대 미만의 상승에 그치며 지역 간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최고가 토지는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현대백화점 부지로 ㎡당 3,094만 원, 최저가는 포천시 신북면 삼정리 임야로 ㎡당 554원으로 산정됐다. 주택 최고가 역시 성남시 소재 주택(164억 원대)이 차지했고, 최저가는 연천군 소재 209만 원대 주택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은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선정부터 재산세, 건강보험료 산정까지 60여 개 행정 지표의 기준이 되는 만큼, 도는 정밀한 토지·주택 특성 조사와 감정평가를 통해 조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공시가격 열람과 이의신청은 다음 달 29일까지 시·군·구 누리집과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를 통해 진행된다. 접수 기간 내 들어온 의견은 감정평가사 재검증과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6월 26일 최종 조정된다. 김용재 경기도 토지정보과장은 “개별공시지가는 도민의 조세 형평성과 복지 혜택, 재산권 보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정밀한 토지특성 조사와 감정평가사의 객관적인 검토를 통해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공시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apt 연계 ‘셀프 견적’… 공사비 부풀리기 차단
조세 기준 현실화와 함께 공동주택 관리비 누수를 막는 시스템도 가동된다. 경기도는 아파트 보수공사 적정 비용을 산출하는 ‘공동주택 셀프 견적 프로그램’을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과 연계해 오는 30일부터 전국에 개방한다.
그동안 입주민과 관리주체는 보수공사 때마다 업체가 제시한 견적의 적정성을 검증할 데이터가 부족해 과도한 공사비 지출이나 단지 내 갈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잦았다. 경기도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각각 셀프 견적 프로그램과 온라인 컨설팅을 제공해 왔지만, 이용자가 각 기관 누리집을 일일이 찾아 접속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현장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경기도는 한국부동산원, LH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협력해 아파트 관리 핵심 창구인 K-apt에 셀프 견적 기능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꿨다. 앞으로 단지 관리자는 K-apt 단지관리자 시스템의 입찰 및 수의계약 항목에서 ‘공사비 셀프 견적’ 메뉴를 선택하면, 경기도와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의 견적 시스템으로 연동돼 즉시 추정 비용을 산출할 수 있다. 지원 범위는 경기도가 맡은 내·외벽 도장, 지하주차장 바닥 도장, 주차차단기 설치 등 9개 공사와 LH가 담당하는 승강기, 배관, 변압기, CCTV, 급수펌프 교체 등 5개 공사를 합쳐 총 14개 항목이다.
일반 도민도 경기도 평생학습포털 지식(Gseek)과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누리집을 통해 해당 기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셀프 견적 시스템은 오는 7월까지 시범 운영을 거친 뒤 8월부터 본격 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다. 임규원 경기도 공동주택과장은 “이번 시스템 연계로 전국 아파트 단지에서 공사비 부풀리기를 예방하고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마련됐다”며 “도민이 겪는 현장의 불편을 찾아내 합리적이고 투명한 공동주택 관리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데이터가 주도하는 부동산 관리 체계
단순한 수치 조정을 넘어, 도민이 직접 공시가격·공사비를 확인·비교할 수 있게 해 정보 비대칭에서 비롯된 조세·관리비 갈등을 줄이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부동산 행정의 무게중심이 관 주도의 일방 통보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비용 공개와 참여형 검증으로 옮겨가는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