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선택]은 다양한 딜레마 앞에서 AI(인공지능)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살펴보는 기획 연재다. 인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의 선택과 근거 논리를 통해, 결국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응급실에 두 명의 위급 환자가 실려왔다. 한 명은 도주 중에 붙잡힌 범죄자고, 다른 한 명은 어린아이다. 두 환자 모두 당장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며, 같은 희귀 혈액형이다. 그러나 병원에는 단 한 팩의 혈액만 남아있어 한 명에게만 수혈할 수 있다. 당신이 의사라면, 누구에게 수혈하겠는가’
이 질문은 제한된 의료자원의 공정한 배분과 사회적 가치판단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기자는 주요 대화형 AI 서비스인 챗지피티(Chat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 그록(Grok), 딥시크(DeepSeek), 클로바X(CLOVA X)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살펴봤다. 사용이 가능한 경우, 추론 기능을 활성화해 더 깊게 사고해 보도록 했다.
AI들은 대부분 어린아이에게 수혈하겠다고 선택했다. 추점하겠다고 결정한 AI도 있었다.
챗지피티는 혈역학적 안전성·출혈량·동반 손상 등 객관적 진단을 의사로서 우선 원칙으로 따르며, 차선으로는 공리주의적, 의무론과 형평성 관점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 실무적 결론으로, 의학적 차이가 없다면 아이를 우선하겠다고 결정했다. 아이의 기대수명이 높고, 사회적으로는 취약한 집단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공정성을 위해 추첨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제미나이와 그록도 이와 유사한 결론을 지었다. 제미나이는 ‘만약 의사가 개인적인 분노로 범죄자를 방치한다면 의료 윤리 위반이 되겠지만, 객관적인 기대 생존 기간을 근거로 아이를 선택한다면 정당한 의료 행위로 인정받는다’라고 덧붙였다.
클로드는 ‘두 환자의 의학적 상태가 정확히 동일하다면, 아마도 많은 의사들은 어린아이를 선택할 것’이라며 수동적인 자세로 답변을 내놨다.
딥시크는 의료적 우위가 전혀 없다면 무작위 추첨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라는 의료 원칙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주변 병원에 혈액을 긴급히 요청하고, 두 환자에게 혈액을 나누어 투여해 시간을 벌면서 다른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언급했다.
클로바X는 ‘생명의 동등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추첨과 같은 공정한 방법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생명은 거래 대상이 아니며 공정한 절차를 통해 두 환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AI들은 의료 윤리의 기본 원칙이 ‘환자의 도덕성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라고 응답했다. 의학교육과 히포크라테스 선서(제네바 선언)의 핵심은 의사의 임무가 눈앞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지, 그 생명의 가치나 과거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의사 한 명의 주관적 판단에 극단적 선택을 맡기기보다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따져보고 병원 윤리위원회나 표준 지침을 따라는 것이 옳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우리는 AI처럼 완벽히 의료적 윤리에 입각한 결론을 지을 수 있을까? 만약 범죄자의 의료적 우위가 높다면 기꺼이 그에게 혈액을 제공할 수 있을까?
AI는 인간에게 공정한 선택지를 제안한다. 그러나 그 선택으로 인한 결과와, 사회적 비난까지 감수하며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무거운 몫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