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어른들은 로봇에 매료된 시절을 간직하고 있으며, 지금도 아이들은 여전히 로봇에 대한 꿈을 꾼다. 마징가제트, 아톰… 등의 로봇들은 어른들의 향수를 담고 아직까지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산업설비의 자동화와 함께 로봇 산업도 발전해 왔지만,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닮은 친구 같은 로봇을 원한다. 눈, 코, 입과 팔, 다리가 있고 가능하다면 생각하고 말도 하는 로봇 말이다. 그런데 바야흐로 로봇 기술이 급속한 발전을 거듭해 상상 속에 머무르던 로봇들이 현실에 바짝 다가왔다.
로봇시장,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윤상직)는 시장 창출형 로봇 보급사업의 운영을 지원한 결과 지난 3년간 수출 130억 원, 매출 880억 원 등 총 1,665억 원의 직접적 경제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이관섭 산업정책실장과 로봇 관련 기업, 관계기관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장 창출형 로봇 보급사업 성과 발표회’를 개최해 이 같은 로봇 보급사업의 성과를 알렸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산업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로봇의 수요를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 발굴을 위해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왔다.
전체 1,665억 원의 매출 실적에서 뿌리산업 중소 제조로봇 235억 원, 상수관망 로봇 129억 원, 교육용 로봇 328억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산업부는 국내 테스트베드 운영·사업화를 실시해 자율비행로봇, 폭발물처리로봇으로 해외 판로를 여는데 성공했다. 교육용로봇은 수출사업화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공공분야 로봇적용도 본격화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품 신뢰성을 확보하고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현재 용인·대전 등 14개 지자체에 상수관 로봇, 인천에 하천청소로봇, 경기, 경남, 전남에 분화류 이식로봇이 투입돼 있다.
보훈병원·제주대병원 등 5개 병원은 보행·상지 재활로봇을 도입하는데 21억 원을 투자했고, 한전 KPS는 송전탑 점검 자율비행로봇 구매를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초등 6학년 정규과정에 로봇교육이 신설될 예정이다. 또 국방부·방사청은 폭발물처리로봇 훈련장 설치 및 군소요를 계획 중이다.
이처럼 로봇 시장이 국민의 안전, 건강·복지 등 사회문제 분야에서 경제효과를 거두는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봇의 역사
‘로봇’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소설 속에서다. 1921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카펙이 자신의 소설 ‘R.U.R’에 형 요제프 카펙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로봇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이 시초다. 그러나 로봇의 역사는 짧지 않다. 로봇이란 개념이 생겨난 지 약 100년이나 됐으니 말이다.
산업용 로봇(Industrial Tobot)이 탄생한 것은 1950년대다. 1954년, 미국의 발명가 George Robot에 의해 최초로 로봇 관련 특허(1961년 등록 완료)가 출원됐고, 1956년에는 로봇의 아버지라 불리는 Joseph F. Engelberger와 George Devol이 최초의 로봇 회사인 Unimation을 설립했다. 1961년, Unimation의 Programmable Transfer Machines란 이름의 산업용 로봇이 미국 GM 공장에 설치됐다. 이때부터 로봇에 의해 생산이 이뤄지는 시대가 열렸다.
1974년에는 신시내티사에서 처음으로 컴퓨터로 제어되는 산업용 로봇 T3를 개발했고, 그로부터 5년 뒤 일본의 야마나시 대학교에서 SCARA(Selective Compliance Assembly Robot Arm)로봇을 개발했다.
1997년에는 최초로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인간과 비슷한 로봇 P2를 발표했다. P2는 일본의 혼다에서 개발한 로봇으로 아시모의 전신이다. 그로부터 4년 뒤 드디어 P2의 발전한 형태이자, 인간로봇의 결정체인 아시모가 등장한다.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형 휴머로이드 로봇 개발에 착수하고, 2004년 휴보를 완성 · 발표한다. 로봇 개발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 2003년 미국 NASA에서 개발한 이동로봇 ‘스피릿’이 화성에서 탐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산업용 로봇에서 군사 · 생활용 로봇까지
이처럼 로봇은 오랜 역사를 두고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일반 대중에게 로봇과의 만남은 특별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로봇은 SF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호기심의 대상이거나 직접 보기 위해서는 전시장에 가야만 했다. 그나마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로봇도 자동화 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쓰이는 산업용 로봇에 국한 됐다.
그런데 요즘 로봇이 점점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속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반 가정에서 로봇 청소기가 상용화됐으며, 선진국에서는 군대나 재해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인명 손실을 크게 줄이고 있다. 미국은 제2차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수 차례 전쟁에서 로봇이 폭발물을 제거하고 위험 지역을 정찰하는 등 극한 상황에 인간 대신 투입됐다. 2011년 일본의 쓰나미 재해 현장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는 미국 아이로봇(iRobot)사의 팩봇(Packbot), 워리어(Warrior), 하니웰(Honeywell)사의 티호크(T-Hawk) 등 세계 각국의 탐색용 로봇이 투입됐다. 이 로봇들은 모니터링, 화재 진화용 급수 등 재난에 탁월하게 대응해 화제가 됐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외로운 노인들에게 물개를 닮은 로봇이 판매돼 애완동물 역할을 대신하기까지 한다. SF 영화 기술도 크게 발달했다. 그 중심에는 최신기술에 기반을 둔 강화형 외골격 체계(Powered Exoskeleton)가 있다. 강화형 외골격 체계는 신체 착용형 로봇의 일종으로 착용한 사람의 힘과 속도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주로 군사용 등의 목적으로 선진국에서 연구되고 있다.
산업용 로봇에서 휴머노이드
이처럼 현재 연구 개발되고 있는 로봇을 보면 과거와 확연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이전에는 주로 산업용 로봇이 개발 · 보급된데 반해, 최근에는 서비스 로봇 개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서비스 로봇 시장은 전체 시장의 1/8에 불과했지만, 2010년경 전체 시장의 약 40%를 넘어섰다.
이는 서비스 산업의 발달로 서비스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며, 첨단 과학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에 가능했다. 먼저 감지기술의 급격한 발달이 있었다. 주변의 이미지와 소리, 가속도, 방향 등을 감지하는 고정밀 초소형 센서들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음성이나 얼굴, 3차원 이미지 등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기술들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동작기술의 발달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기술은 이제 인간과 유사한 동작을 실현하는 휴머노이드 개발로 나아가고 있다. 더불어 사물인터넷의 발달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은 로봇의 지적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로봇 보급, 타 산업 융·복합 본격화
국내에서도 정부가 직접 나서 서비스 로봇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얼마 전,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제2차 중기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18년까지 민·관 공동으로 2조 6000억 원을 투입해 로봇과 타 산업의 융합을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5년 전 수립된 1차 계획은 인프라 조성과 제품 개발 및 보급 중심으로 수립된 반면, 2차 계획은 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로봇산업 외연 확대에 중점을 두었다.
산업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로봇 연구개발(R&D) 종합 역량 제고 ▲로봇 수요의 전 산업 확대 ▲개방형 로봇산업 생태계 조성 ▲로봇 융합 네트워크 구축 등 4대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로봇산업의 범위를 넓혀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부품과 서비스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제조, 자동차, 의료·재활, 문화, 국방, 교육, 해양 등 7개 분야에 로봇 융합 비즈니스 전략 로드맵을 수립했다.
새로운 로봇 시장 창출을 위해 로봇 보급 사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로봇 선진국과의 글로벌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관섭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시장 창출형 로봇 보급 사업은 로봇제품의 초기시장 창출을 위한 현장 테스트베드 구축을 지원해 중소 로봇기업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큰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 보다 많은 중소 로봇기업이 본 사업을 통해 국내 로봇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돼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산업전반 판도 변화 예고
이같이 정부가 직접 나서 로봇 산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로봇 기술이 실험실 밖을 걸어 나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 실생활의 변화에 얼마나 빠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두고봐야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처럼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로봇 산업이 전체 산업의 판도에 영향을 미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제 로봇과 함께 살아갈 세상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 새로운 세상을 보다 행복하게 맞이하기 위해서 몇 가지 고민해 볼 것이 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 로봇의 발달이 산업 구조의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존 제조 라인 등 산업 현장에 국한됐던 로봇이 가정, 취미 생활 등 사적인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로봇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상 속에서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받게 될 것이다. 또 서비스 로봇의 확산은 로봇과 관련된 산업의 동반 성장을 일으키면서 경제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 로봇의 확산이 가져올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현재 가장 우려되고 있는 점은 일자리 축소의 문제다.
인공지능이 중산층을 흔든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발달이 중산층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사실 비숙련직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로봇 · 자동화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 감소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익히 아는 바다. 전형적이고 반복되는 일은 오히려 사람보다 로봇이 잘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영화관이나 경기장, 지하철 등에서 더 이상 매표원을 찾지 않는다. 무인 매표기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리하다. 사무 자동화 소프트웨어나 ATM기 보급으로 경리직이나 은행원도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식당에도 무선 태블릿같은 무인 주문기가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로봇 기술이 크게 발전하자, 전문 분야에까지 인력 대체가 일어날 위험이 생겼다. RFID나 센서 등을 활용한 사물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판매, 재고량의 자동 분석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사업 실적을 취합 분석하는 사무직들의 일자리가 위태로워 질것이다. 무인자동차 보급은 운전기사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미 무인방식으로 운행 중인 경전철도 있다. 올해 롤스로이드(ROLLS ROYCE)사는 컨테이너 선박까지 무인화 하겠다고 밝혀 오랜 경험이 중시됐던 대형 선박 선원의 입지마저 위협받게 됐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요리 부문에도 로봇이 진출했다. 최근 일본의 구라 스시는 시간당 3,500개의 초밥을 쥐는 스시 로봇을 도입해 요금을 접시 당 100엔으로 낮춰 불경기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전문직 분야의 업무에는 로봇이 대신할 수 없는 특별한 능력들이 필요하다. 섬세한 소통,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시야와 상황 판단력, 창의성 등이 필요하다. 인간만큼 완벽한 인공지능 개발은 쉽지 않다.
따라서 관리직, 전문직 분야에서 로봇과 인간의 협업 구도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반면, 로봇과의 협업에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면서 직종 내 양극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재도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듯이, 최신 수술 로봇과 의료진단 지원 인공지능, 병력관리 시스템을 갖춘 대형 병원에 환자가 쏠릴 수 있다.
이런 양극화는 대부분 숙련직과 전문직, 관리직에 종사하고 있는 중산층의 경제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중산층은 대부분 숙련직과 전문직, 관리직에 종사하고 있다. 문화예술, 스포츠계처럼 소수의 재능 있는 엘리트들이 큰 보상을 받고, 대다수는 평균 이하의 소득을 얻는 수퍼스타 시스템이 로봇 인공지능 시대에 가속될 가능성이 있다.
변화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 필요
이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필요가 있다. 또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자신의 가치를 발굴하고 키우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래야 로봇 시대에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굳게 유지할 수 있다.
기업도 우수인력을 채용하는 것을 넘어서 기계와의 협업 프로세스를 얼마나 잘 설계하느냐가 성과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인공지능이 활용되면 일의 본질이 변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으로도 대체할 수 있는 일과 사람만이 수행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구분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변화의 본질을 잘 파악해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을 위한 고용 기회 확대도 고려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