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철강산업은 ‘산업의 쌀’로 불리면서 한국이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 일등공신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친환경에 대한 요구가 거세짐에 따라 대표적인 굴뚝산업인 철강 산업은 ‘탈탄소’라는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 전기용 연구원은 최근 ‘탄소경쟁력 시대의 철강산업 재편 : 저탄소 공정 확산과 선별적 자원 재배치’라는 보고서를 통해 철강업계의 탈탄소 현황에 대해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철강산업은 기존의 규모·원가 중심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탄소 경쟁력'이 기업 생존의 조건으로 부상하는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다. 해당 보고서는 저탄소 공정으로의 전환이 전면적인 기술 대체가 아니라 자원의 단계적 재배치 과정으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보고서에서 전 연구원은 미국의 미니밀(전기로를 이용해 고철을 녹여 철강을 생산하는 소규모 제철소) 확산에 대해 언급하면서 “초기 미니밀은 철근 등 품질 요구가 낮은 제품군에서 먼저 경쟁력을 확보한 뒤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 제철소와의 자원 재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보고서에서는 현재의 철강 탈탄소 전환 역시 저탄소 공정으로 생산 비중과 자원이 옮겨가는 구조적 재배치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책 불확실성과 수익성 악화, 수소 가격 부담으로 저탄소 프로젝트들이 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자동차 등 수요 산업과의 구매계약을 기반으로 한 선별적 시장 침투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40년까지 글로벌 철강산업이 고로 중심 구조에서 전기로 중심 구조로 점진적으로 이동해, 전기로(EAF) 비중이 4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30년 전후로 현재 가동 중인 고로 설비의 수명 종료 시점(전 세계 고로의 71%)이 집중되는 만큼, 이 시기의 투자 결정이 2040년 이후의 탄소배출 구조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용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 속도는 기술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저탄소 공정이 기존 고탄소 공정 대비 언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탄소가격이 충분히 높지 않은 전환기에는 그린 프리미엄과 공공조달·세제지원 등 탈탄소 지원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저탄소 철강 시장의 자생적 확산에 한계가 있는 초기 단계에는, 공공조달을 통한 수요 창출과 인증 체계 마련, 핵심 인프라 구축을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한 전 연구원은 “초기 시장 형성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적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