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미국의 통상 규제가 관세를 넘어 수입 제한과 기업 소유 구조, 공급망 관리까지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현지 투자를 추진하더라도 생산지와 부품 조달, 거래 상대방의 제재 여부 등에 따라 사업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세진 법무법인 세종 통상산업자동차센터장은 19일 열린 미국 통상·산업 정책 및 대미 투자 리스크 관련 세미나에서 “통상을 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 통상 관련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정책 리스크에 대해 “이미 시한이 정해져 있는 일정”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시행일과 유예 기간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 시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첨단 로봇 관련 규제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됐다. 김 센터장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규제 강화로 외국산 첨단 로봇의 신규 모델이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졌다”며 “규제 적용에서는 기업의 국적뿐 아니라 생산지와 부품 구성 등이 고려될 수 있어 미국 내 생산 체계 구축과 원가 경쟁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존 인증 모델이라도 제품 변경 정도에 따라 규제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며 “기업은 기존 인증에만 의존하지 말고 제품 사양과 인증 요건의 일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응 방안으로는 규칙 제정 과정에서 의견을 제출하고 개별 면제 절차를 검토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특히 투자 계획을 근거로 면제를 신청하려면 미국 내 생산 계획과 투자 의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기업 소유 구조를 통해 제재 위험이 확산하는 문제도 주의해야 할 문제로 지목됐다. 제재 대상 기업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 등에도 제재가 적용될 수 있어 직접 거래하는 상대방이 제재 대상이 아니더라도 모회사와 주요 주주의 지분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규제 충돌 역시 국내 기업이 고려해야 할 위험이다. 그는 “미국의 제재와 수출통제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대응 조치와 충돌할 수 있다”며 “방위산업과 배터리 등 핵심 광물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서는 원재료의 출처와 최종 사용자를 비롯한 공급망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각 관할권에서 금지하는 행위는 할 수 없다”며 “금지된 행위 외에 허용되는 사업 방식을 찾는 과정이 지금의 비즈니스가 되고 있으며, 그 과정이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사후 구제보다 사전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대미 투자 전략에서 분쟁을 회피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