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미국의 통상정책이 관세 부과를 넘어 자국 산업 기반 강화와 공급망 재편, 외국 기업의 투자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는 한편, 무역법과 국가안보 관련 법률을 근거로 품목별 규제를 확대하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사업 환경도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장정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19일 열린 미국 통상·산업 정책 및 대미 투자 리스크 관련 세미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과 주요 관세 조치의 동향을 설명하며 국내 기업의 대응 방향을 짚었다.
장 변호사는 “미국이 무역적자 해소를 내세우는 동시에 자국 내 생산 확대와 중국 견제를 통상정책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 부과를 통해 상대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이를 대미 투자 유치와 통상 합의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해 “적용 근거와 대상에 따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 등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를 근거로 특정 품목의 수입을 규제하는 데 적용된다. 미국은 이들 법률에 따른 조사와 관세 조치를 통해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철강·알루미늄을 비롯해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해당 소재가 포함된 파생상품으로 확대되면서 관련 기업의 부담을 키웠다. 일부 품목은 관세 적용 범위와 산정 방식이 조정됐지만, 품목별로 적용 조건과 세율이 달라 기업 차원의 세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다른 산업에서도 미국의 조치와 협상 결과에 따라 적용 조건이 달라질 수 있어 관련 동향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장 변호사는 “이러한 조치가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의 무역적자는 관세 부과 이후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반도체와 원유 수입 등이 증가하면서 다시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는 것이 장 변호사의 설명이다. 관세가 무역적자를 줄이는 정책 수단인 동시에 상대국의 투자와 협상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이러한 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은 관세율뿐 아니라 원산지 판정과 투자 조건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미국의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적용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다른 원산지 기준이 적용될 수 있어 수출 신고 과정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 내 투자에 연계된 세제 혜택 등도 기업의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 고려할 요소다.
장 변호사는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우리 기업들도 단기간 내에 관세 문제가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