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국가 차원의 지원 규모와 정책 역량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중국의 반도체 굴기,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는 ‘중국의 메모리 추격과 한국의 메가팹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중국이 2014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조성한 이른바 '반도체 대기금'을 통해 최근 10년간 약 140조 원의 정책 자금을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투입했다”며 “2024년 조성된 3차 대기금 이후로는 화웨이 등 하드웨어 기업의 자본 조달과 중국 반도체 기업의 상하이 증시 상장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대규모 자본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중국의 기술 격차 축소 속도가 ‘선형’이 아닌 ‘비선형적’으로 빨라지고 있다는 진단을 제시했다.
그는 “'기술 격차가 몇 년 남았다'는 접근 자체가 낡은 사고방식이 될 수 있다”며 “중국이 첨단 리소그래피 대체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기존 기술의 판도를 뒤흔들 '파괴적 혁신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권 교수는 미국의 대중 제재가 한국에 추격 대응을 위한 시간을 벌어줬지만, 그 기반이 되는 원천기술을 한국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이 반도체 생산시설의 자국 유치를 위한 리쇼어링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한국이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압박 사이에서 ‘샌드위치’ 구조로 몰릴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발표에서는 CXMT(창신메모리)에 대한 상세한 분석도 제시됐다. CXMT가 중앙정부보다 허페이시 차원의 이른바 '허페이 모델'로 육성돼 왔으며, 미국 정부의 제재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는 수준의 '저공비행' 전략을 취해왔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이 2026년 2분기 기준 매출액으로는 10%, 비트 생산량으로는 14%까지 올라왔다”며 “2~3년 내 20%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워 한때 75%에 달했던 한국의 D램 점유율이 60%, 심하면 50%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응 전략으로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쇠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5년 플라자 합의와 1986년 미일 반도체협정 같은 정치적 압박이 동맹국인 한국에도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향후 5~10년 내 단순 메모리 공급업체에서 벗어나, AI 기업들이 요구하는 맞춤형 메모리를 설계·공급하는 토탈 AI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정부 차원에서는 공동 연구개발(R&D) 센터·클러스터 조성, 반도체특별법 하위 법령 정비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