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정비사가 고객이 있는 장소로 방문해 차량을 점검하고 수리하는 ‘출장정비’가 플랫폼 서비스를 기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그러나, 안전 및 환경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18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자동차 관리법’ 소비자가 안전한 자동차 정비제도’ 토론회에서 발제를 진행했다.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이 주최하고 자동차시민연합·시민교통안전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그는 “서울시의 강남이나 여의도 지역에서 전문정비소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은 출장정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라며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면서 국내에 10년 이상 된 노후차는 1천21만 대, 15년 이상 차량은 390만 대로 엔진오일 교체 주기가 잦아지고 정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라고 동향을 전했다.
임 대표는 플랫폼 기업의 출장정비 서비스 광고를 인용해, “차량 40만~100만 대 규모의 엔진오일 교체 작업이 전국 곳곳에 진행됐다”라며 “단순 소모품 교환을 넘어 브레이크오일·수분체크·부동액·배터리 성능 등 전문적인 정비에 해당하는 13종의 무상점검을 제공한다며 영업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출장정비가 자동차관리법의 제132조에 근거하고 있지만, 이는 자가 정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영업행위로 ‘무규율’ 상태라고 지적했다.
법령에서는 ▲오일의 보충·교환 및 세차 ▲에어클리너엘리먼트 및 필터류의 교환 ▲속도표시등을 제외한 배터리·전기배선·전구교환과 고전원전기장치를 제외한 기타 전기장치의 점검·정비▲워터펌프를 제외한 냉각장치의 점검·정비 ▲휠얼라인먼트를 제외한 타이어의 점검·정비 ▲판금·도장 또는 용접이 수반되지 않는 차내설비 및 차체의 점검·정비(범퍼·보닛·문짝·펜더·트렁크리드의 교환 제외) ▲자동차제작자 등의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정비업의 제외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임기상 대표는 “약 35년 전에 운전자가 자기 차를 점검하고 정비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한 것”이라며 “자가정비 범위를 출장정비 업체들이 활용하면서 영업행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규율 공백에 따른 부작용도 짚었다. 그는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에 등록된 전문정비업소의 경우 정비를 하면 국토교통부 전산망으로 이력을 전송해야 하며, 일정 기간까지 전송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라며 “그러나 출장정비는 자가정비로 분류돼 전송 의무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추후 결함이나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해외 주요국에서는 출장정비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라며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방문 정비’에 대한 작업 범위와 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폐유 회수 용기를 반납해야 신규 엔진 오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폐유 회수 및 처리를 관리하고 있다.
임기상 대표는 “시대 변화에 따른 국민의 편리는 보장돼야 하지만, 그것이 안전과 환경에 악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라며 “출장정비를 전면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전문정비업소와 동일한 규율을 적용해 제도권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대학교 권용주 겸임교수는 소비자 관점에서 출장정비에 대한 안전 문제를 진단했다.
그는 “1인 가구 증가로 편의성을 찾는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출장정비가 유용하지만, 사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플랫폼과 정비사 간 책임 회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라고 우려를 전했다.
권 교수는 과거 ‘타다’와 택시업계 간의 갈등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규제를 없애 질을 높인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서비스를 끌어내려 국민의 후생성을 떨어트린 결과로 이어졌다”라며 “타다나 택시나 같은 유상운송행위로, 동등한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 역시 본질은 똑같은 정비 행위”라며 “플랫폼 기반 출장정비와 기존 오프라인 정비소 간의 공정한 경쟁 구도를 만들자”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