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AI 데이터센터와 해저케이블 수요 확대로 광섬유가 핵심 디지털 인프라 소재로 부상했지만, 한국은 부가가치가 집중된 고부가 프리폼 제조역량이 취약해 이에 대응한 중장기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AI 시대 주목받는 광섬유, 한국의 현주소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광섬유 밸류체인은 원료-프리폼(소재)-광섬유-광케이블-시공·설치로 이어진다. 이 중 나노미터 수준의 굴절률 제어가 요구되는 프리폼 단계에 부가가치가 집중되며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 약 20개사에 불과하다.
AI 서버는 기존 클라우드 서버보다 약 16배 많은 광섬유를 필요로 하며,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4대 빅테크 기업의 2026년 설비투자 계획은 전년 대비 약 77% 늘어난 약 7천250억 달러에 달한다.
해저 광케이블 신규 투자도 2025~2027년 약 130억 달러로 직전 3년의 약 두 배 규모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AI용 광케이블 수요는 2024년 137% 급증한 데 이어 2025년에도 77% 증가했고, 2029년까지 연평균 2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광섬유 가격지수 역시 2024년 3월 78.6으로 저점을 찍은 뒤 2025년 11월 88.7, 2026년 1월 107.9를 거쳐 2026년 3월 263까지 급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유선 인터넷 회선의 90.5%가 광케이블 기반으로 OECD 2위 수준의 광통신 인프라를 갖췄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광섬유 소재의 생산 역량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수출 실적에도 반영된다. 한국의 광섬유 수출액은 2022년 5천800만 달러에서 2025년 2천700만 달러로 연평균 22.3% 감소해 세계 15위에 머물렀고, 수출단가도 kg당 81달러에서 63달러로 하락했다. 이는 국내 수출이 범용 제품에 집중돼 중국(kg당 26달러)·인도(17달러)의 저가 공세에 밀린 결과로,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일본(111달러)과 대비된다.
탁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러한 격차가 ‘정부 정책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미국, 일본은 자국 광섬유 산업에 대한 지원이 정책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한 탁 연구원은 “한국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200대에 광섬유 소재가 독립 분야로 포함되지 않아 관련 연구개발과 산업 육성이 제한적이었다”고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탁 연구원은 “현 산업구조가 지속될 경우 급성장하는 프리미엄 시장을 해외 선도기업에 내주고 범용 저가경쟁에 고착될 우려가 있다”고 말한 뒤 “해저케이블 등 국가 기간망의 핵심 소재를 해외에 의존할 경우 공급망 안보 측면의 취약성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는 광섬유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프리미엄 광섬유 프리폼의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지정 및 연구개발·세제·정책금융 지원 ▲정부 주도의 대형 연구개발을 통한 차세대 광섬유(MCF·HCF) 원천기술 확보 ▲전력망·통신망 등 국가 기간사업에서 국산 광섬유 소재 활용도 제고를 통한 수요 기반 마련 등 세 가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