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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생협약 두 달 뒤 이어진 제지사 가격 조정
임지원 기자|jnews@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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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생협약 두 달 뒤 이어진 제지사 가격 조정

기사입력 2026-08-15 12: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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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생협약 두 달 뒤 이어진 제지사 가격 조정
(AI 제작 이미지)

[산업일보]
지난 5월 제지업계와 인쇄업계는 상생을 약속했다. 그러나 협약의 온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주요 제지사들의 할인 조건 조정과 일부 품목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인쇄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7월 1일부터 인스퍼 브랜드 5개 품목의 할인율을 5% 환원했다. 무림페이퍼는 같은 달 27일부터 네오·뷰티팩 품목의 할인율을 3% 축소했다. 8월 1일부터는 한국제지가 라벨솔루션과 도화용지 등 일부 품목 가격을 톤당 10만~20만 원 조정하고 고시가격을 4% 올렸다. 무림에스피도 네오 CCP 전 제품군의 기준가격을 4% 인상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일방통행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담합 제재 직후 이뤄졌다. 당초 과징금은 3,383억 2,500만 원이었으나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 적용으로 실제 과징금은 1,441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중소 인쇄업계는 1,942억 원에 달하는 감면을 받은 제지사들이 담합으로 훼손된 시장 신뢰 회복에 더 큰 책임을 보여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물론 제지업계에도 종잇값을 올릴 만한 사정은 있다. 펄프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에너지 비용과 해상운임이 오르면서 생산 원가 부담이 커진 탓이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가격 결정권은 존중돼야 한다. 과징금을 감면받았다고 가격을 무조건 동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가격 인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인상률 자체가 아니라 일방적인 '결정 구조'다. 제지사는 원가 상승분을 출고가에 반영할 수 있지만, 영세 인쇄업체는 이미 맺어둔 납품 계약 단가를 즉시 바꾸기 어렵다. 종잇값이 오르면 중소 인쇄업체가 늘어난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취약한 구조다. 담합으로 거래 질서를 무너뜨린 기업이라면 통상 때보다 더 충분한 설명과 협의가 필요했다.

인쇄업계가 가격 조정 전 상생협의회를 통한 사전 협의 의무화와 투명한 원가 반영체계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상생은 원가가 안정적일 때 선언문에 서명하는 일로 완성되지 않는다. 비용이 오르고 이해가 충돌하며 누군가 부담을 나눠야 하는 순간에 작동해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가격 조정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면, 그 근거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해법을 논의하는 절차가 상생협약의 출발점이었어야 한다.

담합 이후 시장에서 먼저 복원해야 할 것은 가격이 아니라 신뢰다. 리니언시로 감면된 1,942억 원이라는 숫자보다 더 무거운 것은 깨진 상대방의 믿음이다. 상생협약의 진짜 값은 종잇값을 조정해야 하는 날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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