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유해게시물신고
[문화 속 산업이야기] AI가 계산한 ‘0.49명’…숫자 뒤에 가려진 사람들
김대은 기자|kde125@kidd.co.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프린트 PDF 다운로드

[문화 속 산업이야기] AI가 계산한 ‘0.49명’…숫자 뒤에 가려진 사람들

드라마 ‘감사합니다’가 보여준 숫자 중심 경영의 함정과 AI 시대의 노동 가치

기사입력 2026-08-13 15:10:0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프린트 PDF 다운로드
[문화 속 산업이야기] AI가 계산한 ‘0.49명’…숫자 뒤에 가려진 사람들
이미지=본보 기획 / AI 생성

[산업일보]
“붐타설의 경우 철근 구조물 1㎥당 콘크리트공 0.49명으로 계산합니다”

2024년 tvN에서 방영된 ‘감사합니다’는 가상의 건설사 JU건설을 배경으로 감사팀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다.

작품 속에는 회사의 경영 효율화를 위해 개발 중인 인공지능(AI) 기반 공사 공정 관리 프로그램 ‘J-BIMS’가 등장한다. 공개 시연회를 앞두고 열린 임원회의에서 개발실장은 “프로그램의 데모버전을 건설비용 700억 원 규모의 현장에 적용해본 결과 약 14억 원의 공사비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소개한다.
[문화 속 산업이야기] AI가 계산한 ‘0.49명’…숫자 뒤에 가려진 사람들
이미지=tvN ‘감사합니다’ 홈페이지 캡처

이를 통해 불필요한 인력 투입을 줄일 수 있다는 보고에, 현장 출신의 부사장은 “공사하는 데 불필요한 인력이 어딨나, 다 필요하니까 다 데려다 쓰는 거지”라며 “공구리(콘크리트 타설)칠 때 인원이 몇 명이나 필요한지 아느냐”라고 따져 묻는다.

개발실장이 철근 구조물 1㎥당 콘크리트공 0.49명으로 계산한다고 답하자, 부사장은 “표현 살벌하네, 사람을 막 반으로 쪼개네”라고 응수한다.

이어 “아파트 기준으로 토출부·호스 잡는 인원 두 명, 바이브레이터 한 명, 마감면 잡고 정리하는 인원 두세 명으로 대여섯 명이 기본이고 추울 땐 급열 담당, 비 오면 비닐 덮을 인력이 추가 투입된다”라고 설명한다.

드라마에서 이 장면은 사장이 직접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반대파인 부사장이 발목 잡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0.49명’이라는 대사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숫자 중심 경영의 모순을 드러낸다.
[문화 속 산업이야기] AI가 계산한 ‘0.49명’…숫자 뒤에 가려진 사람들
이미지=본보 기획 / AI 생성

AI가 줄인 업무 시간, 늘어나는 사람의 노동
AI를 필두로 디지털 전환(DX)이 모든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영진은 업무 프로세스를 데이터화하고 정량적인 수치로 환산하고자 한다. 업무 효율을 계산해 ‘2.5명 분의 업무량’과 같은 정교한 숫자를 찍어내지만, 사람의 노동은 단순한 산술 계산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는 드라마가 비추는 건설 현장을 넘어 전 산업의 문제다.

AI를 통해 보고서 작성 시간을 60%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 경영진은 “그만큼 사람도 줄일 수 있겠네”라고 계산한다. 한 사람이 두 사람 몫의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요구될 수 있다.

콜센터에서도 AI를 통해 상담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AI가 고객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오히려 상담원이 뒤처리를 떠안게 된다. 영업 현장에서도 데이터상 계약 성사율이 높은 고객을 추천하는 AI 솔루션이 베테랑 영업사원의 경험과 관계 형성까지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사 역시 예외는 아니다. 몇초 만에 기사를 작성하는 AI를 빌미로 기사 생산량을 수 배 이상 늘릴 것을 요구하지만, 취재원과 신뢰를 쌓고 현장의 맥락을 깊이 있게 읽어내는 기자의 시간은 생산성이라는 숫자의 뒤로 가려진다.
[문화 속 산업이야기] AI가 계산한 ‘0.49명’…숫자 뒤에 가려진 사람들
이미지=본보 기획 / AI 생성

AI 시대,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가
AI를 도입하려는 조직이 세워야 할 기준은 ‘몇 명분의 일을 줄일 수 있는가’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묵묵히 프로젝트의 구멍을 메우고, 남들이 꺼리는 일을 처리하며, 팀원들의 막힌 문제를 풀어주는 일은 업무량이나 매출 같은 지표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힘들어하는 후배의 고민을 들어주는 선배의 공감이나, 장비의 미세한 유격과 안전 위험을 먼저 발견하는 베테랑의 직감도 마찬가지다.

AI는 이러한 숨은 노동을 데이터로 포착할 단서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것이 조직에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판단하는 것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한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 CEO는 눈여겨보는 인재상으로 ‘인간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능은 이제 흔한 상품이고 어디에나 있으며, 게다가 AI까지 생겼다”라며 “사람을 뽑을 땐 관대하고 친절한 사람을 찾아야 하며, 그런 자질이 진짜 가치 있는 능력이다”라고 밝혔다. AI가 지능과 업무 수행 능력의 상당 부분을 보완할수록, 오히려 인간만이 가진 가치가 중요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화 속 산업이야기] AI가 계산한 ‘0.49명’…숫자 뒤에 가려진 사람들
이미지=본보 기획 / AI 생성

결국 조직의 숨은 일꾼이 누구인지, 무가치해 보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은 조직의 의지와 리더의 가치관에 달려있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분석 결과를 제시해도 숫자로 표시되는 성과만 좇는다면, 성실·책임감·배려와 같이 회사를 지탱하는 가치는 사라져 버린다.

“사람을 막 반으로 쪼개네”라는 드라마 속 대사는 사람의 노동마저 ‘숫자’의 잣대로 평가해 온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다. AI 시대의 진정한 혁신은 사람을 쪼개는 기술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는 시선에서 시작될 것이다.



0 / 1000
주제와 무관한 악의적인 댓글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1000




제품등록 무료 제품 거래 비용 없음!



산업전시회 일정




다아라 기계장터 제품등록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