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케이비엘러먼트의 배경정 대표는 기술을 앞세워 그래핀을 둘러싼 과도한 기대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재직 시절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개발을 담당하면서 전극 소재로 쓰이는 ITO가 접었을 때 부러지는 문제를 해결할 대체 소재를 찾아야 했다”고 그래핀을 처음 접한 계기를 설명한 배 대표는 “창업을 할 때 처음에는 CNT(탄소나노튜브)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미 타 기업이 관련 산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같은 탄소 동소체이면서 관 형태가 아닌 면 형태 구조를 가진 그래핀으로 방향을 틀게 됐다”고 말했다.
흑연에서 그래핀을 떼어내는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과거 반도체 공정에서 다뤘던 플라즈마 기술을 떠올렸다. 흑연은 그래핀 층이 수십~수만 겹 쌓인 구조로, 층 내부는 화학적으로 단단히 결합돼 있지만 층과 층 사이는 반데르발스 힘으로 결합돼 있어 상대적으로 분리가 쉽다.
배 대표는 “화학적 박리는 오폐수·환경오염 문제가 있었고, 전기적 방식은 고전압으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이 있었다”며 “처음에는 진공 플라즈마를 시도했지만 로스율이 높고 생산 시간이 길어, 결국 대기압 플라즈마 방식으로 방향을 바꿔 장비를 자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진공 플라즈마 장비는 많았지만 대기압 플라즈마 범용 장비는 없었다. 이에 배 대표는 철원의 플라즈마 연구기관에서 시간당 100만 원을 지급하며 장비를 빌려 공정을 개발했다. 이후 고주파 발생장치를 제외한 나머지 설비는 모두 자체 설계해 3년 만에 첫 파일럿 장비를 완성했다.
배 대표는 “개발도 오래 걸렸지만 가격 문제도 큰 숙제였다”고 말했다. 10년 전 그래핀을 적용한 경량 폴리머 운동화가 출시됐지만, 화학적 방식으로 만든 그래핀 가격이 비싸 첨가제 비용이 2~3배 증가하면서 상용화에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배 대표가 창업 초기부터 '가격 장벽을 없애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개발 과정을 통해 케이비엘러먼트는 그래핀 가격을 기존의 10분의 1 수준까지 낮췄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10년에 대해서는 우선 한국에서 그래핀 소재 기업으로 상장(IPO)하는 것을 단기 목표로 꼽았다. 시기는 빠르면 2027년 하반기, 늦어도 2028년 1분기 사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배 대표는 “탄소나노튜브(CNT)가 2차전지 소재로 쓰이며 산업적 위상이 높아진 것처럼, 마스터배치를 통해 그래핀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그래핀의 경량화·강도 특성을 폴리머 소재에 적용해 기존 소재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마스터배치 사업의 핵심 전략으로 꼽았다.
배 대표는 그래핀에 대한 시장의 이중적 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만병통치약처럼 과신하는가 하면, 꿈의 신소재'라는 과장된 이미지 때문에 불신도 크다”고 말한 배 대표는 “정부의 15대 경제 프로젝트 등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래핀 산업은 아직 연구개발(R&D)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수요기업과 연계한 구체적인 상용화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바람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