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는 피지컬 AI를 적용하려면 기존 생산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고 장비와 물리 환경에서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피지컬 AI로 넘어가기 전에 필요한 일반 제조 AI의 도입조차 더뎌 기술 확산의 기반이 약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데이터 있다고 바로 피지컬 AI가 되는 것 아냐”
정수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지역AX 본부장은 2025년 경남 지역 8개 중소·중견기업 현장에서 진행한 피지컬 AI 개념검증 사업 결과를 소개했다.
정 본부장은 “분석 결과 기업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ERP·MES 데이터는 전체의 1.6%에 불과했고,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통해 확보된 공정 데이터도 19.4% 수준에 그쳤다”며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데이터는 초저지연 비전 영상이나 기계의 물리적 오차값·관절값 등 물리적 환경과 연동된 값”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데이터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피지컬 AI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앞단의 탄탄한 준비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정 본부장의 주장이다.
단순히 화제성 때문에 피지컬 AI의 도입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도 경계했다. 그는 “대용량 데이터를 지연 없이 처리할 통신 인프라에 대한 고민 없이 도입을 추진하거나, 기존 장비에 센서를 부착하는 방식만으로는 고정밀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정 본부장은 “준비 없이 도입만 서두르면 오히려 기존 공장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무리한 고비용 장비 투자가 재무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본부장은 모든 제조 공정을 피지컬 AI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봤다. 그는 “현재는 일반 AI와 피지컬 AI를 8대2 정도로 조합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피지컬 AI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면 비용과 기회비용이 커질 수 있어 공정별로 적합한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AI 도입 계획 있는 기업 18%뿐”
전유덕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하 진흥원) 산업혁신 부원장은 '확산'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제조 AI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실제 확산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지난 6월 진흥원이 첨단산업 기업 약 1천2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약 80%가 아직 AI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도입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약 18%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밝힌 미도입 이유를 살펴보면, 기술적 어려움보다는 AI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전문 인력 부족, 투자 부담 등 외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 전 부원장은 “도입 효과가 검증돼야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의 의사결정 특성과도 관련이 있으며, 대기업에서 중소·중견기업으로 내려갈수록 의사결정이 더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전 부원장은 검증된 모델을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실증 사업의 확대를 제시했다. 또한, 국내 산업이 공급망으로 연결된 구조인 만큼 공급망 단위의 실증 확산과 인력의 고도화도 함께 대안으로 언급했다.
전 부원장은 AI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직무와 일자리 창출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망 안정화 품목과 국가 첨단 품목, 지역 제조업의 AX 설비 투자를 지원하는 정부 보조 사업이 부족하다”며 관련 예산 확대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