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이재명 정부가 심화하는 AI(인공지능) 기술 경쟁의 승부수로 ‘속도전’과 ‘지방 분산’을 내세웠다. 삼성과 SK도 기존 반도체 공장의 완공 시기를 앞당기고 서남권을 위시한 전국 각지에 반도체 인프라를 구축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화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개최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미국·중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천문학적 규모의 기업 투자 및 정부 지원으로 ‘AI 대항해시대’를 펼치고 있다고 짚으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반도체·피지컬AI·AI 데이터센터(AI DC)를 삼각 축으로 삼아 ‘한국형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총결집하자는 것이다.
그는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기존 용인·평택 중심 생산 거점의 전력·용수가 한계에 달해, 용수와 전력을 비롯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값싸고 안정된 용지에 새로운 거점을 개발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역에 대한 전략적 접근과 활용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화 시기 우리는 자원이 부족했기에 수도권 집중정책과 영남 중심의 산업 배치를 통해 성장해 왔으나, 이제는 비효율이 심화되고 있다”라고 진단하며 “기업(삼성·SK그룹)들이 3대 메가 프로젝트의 거점으로 지역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한 직할 담당관을 두고, 직접 챙기며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라고 전했다.
산업부, 반도체 펩 구축 12년 단축하고 휴머노이드 점유율 20%까지 향상
이어진 중앙 부처별 보고의 첫 주자로 나선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은 반도체 및 로봇 하드웨어 전략을 소개했다.
김 장관은 2040년대 중후반으로 계획된 펩(Fab) 구축 시기를 2030년대 중반까지 최대 12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단일 거점에서도 벗어나 수도권·서남권의 생산 거점, 충청권의 패키징 거점, 동남·대경권의 소부장 혁신 거점 등 전국 단위의 반도체 생태계를 완성한다고 덧붙였다.
로봇 분야 지원 정책도 제시했다. 그는 “AI 로봇이 전 산업 분야의 생산 방식을 재정의하기 시작한 이때, 우리 산업이 외산 로봇에 의존하면 고용은 필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국내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키워낸다면 로봇의 개발·생산·부품·서비스에 이르는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2040년대 3억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나, 우리나라의 지난해 점유율은 단 1%”라며 “시장 판도가 굳혀지기 전에 격차를 줄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산업부는 제조업의 AI 전환 가속화(M.AX), AI 로봇 구성 요소별 경쟁력 강화(Master 육성), 지역 중심 양산 기반 확충(Mass Production)이라는 3M 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한국 로봇의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범용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3년 내 개발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피지컬 AI 플랫폼 및 AI DC를 화두에 올렸다. 월드 모델 기반의 범용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3년 안에 제작하고, 분야별 특화 모델을 만들어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디바이스·범용 피지컬 AI 모델·데이터 인프라·네트워크·AI 반도체 등 ‘피지컬 AI 플랫폼 풀스택’을 국산화해 수출 기반을 만들고, 제조·농업·돌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증 사업이 확산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AI DC는 2029년까지 550조 원을 투자해 8.4GW 규모를 전국에 분산 구축한다. 이어 2035년까지 10GW 규모를 추가해 총 1천조 이상의 투자로 18.4GW의 AI DC를 건설한다.
아울러 기후환경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은 서남권 반도체 공장(전력 6.3GW, 용수 65만 톤)과 수도권 용인 반도체 펩(전력 15GW, 용수 150만 톤)이 요구하는 인프라를 적기에 공급하고, 지역 전기 요금 제도와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로 광주 고려…충청·부산 등 전국 분산 투자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AI로 인한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라며 “이에 따라 용인 국가산단 투자 일정이 빨라졌고, 새로운 단지를 준비해야 할 시점도 앞당겨졌다”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속도전’에 공감했다.
삼성은 전력·용수·인프라 등을 고려해 광주광역시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HBM은 기존 반도체 후공정 펩과 함께 충청권(천안·온양)에 집중투자한다. 로봇 관련 투자는 삼성 내부용 AI DC와 함께 경북 구미에 조성한다.
삼성SDI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와 ESS(에너지저장시스템)용 배터리는 경남 울산, 삼성전기의 Substrate 제품은 부산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한다. 이밖에 차세대 조선 산업은 경남 거제, 바이오산업은 인천 송도에 집중 투자한다.
SK, 서남권에 400조 투자해 신규 클러스터 조성 예정
SK는 SK텔레콤을 주축으로 총 15GW 규모의 AI DC를 전국 각지에 구축한다. SK 하이닉스에서는 2045년 완공 예정이었던 용인 클러스터 계획을 12년 앞당긴다. D램 증산을 위해 용인에 약 600조 원, 낸드(NAND)메모리 증산을 위해선 청주에 100조 원가량을 투자한다.
최태원 회장은 “용인과 청주 계획을 앞당기더라고 공급 부족은 이어질 것”이라며 “대규모 부지·전력·용수·인력 요건을 만족하는 서남권 지역에 약 400조 원을 투자해 신규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