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호경식 한국투자파트너스(KIP) 중국법인 대표는 18일 열린 ‘넥스트라이즈 2026 서울’ 행사에서 “중국 산업의 프레임이 소비 인터넷에서 딥테크·제조업 중심으로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18년 차 중국 현장 전문가인 호 대표는 “중국을 모르면 산업 리스크가 보이지 않고, 중국을 두려워하면 기술 스케일업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내 첨단 산업의 무게중심은 애플리케이션 등 소비재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등 딥테크 분야로 재편됐다. 단순한 내수 소비 시장을 넘어 첨단 기술의 상업화와 대규모 제조 혁신으로 역량이 집중되는 추세다.
호경식 대표는 “시장의 막연한 오해와 달리 중국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산업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과거 테슬라, 애플 등의 공급망에 참여하며 글로벌 표준과 양산 공정을 빠르게 습득한 결과다. 호 대표는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중국 시장을 외면하기에는 그 제조 인프라와 기술 발전 양상이 위협적인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호 대표는 중국 딥테크 산업의 진정한 경쟁력을 기술의 깊이가 아닌 ‘속도’로 꼽았다. 중국 정부는 ‘소규모, 창업 초기, 장기 투자, 딥테크 올인’이라는 명확한 구호 아래 전폭적인 산업 단지 조성과 대규모 실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강력한 내수와 정부 조달 구매는 기술 상업화를 가속하는 핵심 동력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패하는 기업이 속출하더라도, 해당 기업에 누적된 핵심 인력과 부품, 고객 데이터는 다른 기업에 고스란히 재배치된다. 단일 기업의 실패가 산업 생태계 전체의 학습 데이터로 전환되며 속도전을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산업 현장의 조직 문화 역시 빠른 주기에 특화돼 있다. 1990년대생 위주의 젊은 엔지니어들이 대거 투입돼 빠른 제품 변경과 철야 테스트를 소화한다. 실력 있는 공학 인재들은 대기업 취업 대신 창업 현장으로 향하고 있으며, 특허 출원 증가세가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호 대표는 한국 기업이 중국을 단순한 완제품 판매 시장으로만 간주하면 한계에 직면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현지에도 우수한 기술과 서비스가 다수 등장한 만큼, 철저한 고객 대응과 가격 현지화 없이 과거의 수출 방식만 고집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중국 특유의 대량 제조 및 검증 인프라를 활용해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 전략적 접근을 제안했다. 약 7천억 원 규모의 중국 현지 펀드 운용 경험을 언급한 호 대표는 “완성도 높은 한국의 기술력과 중국의 상업화 속도를 결합해 ‘성장 플랫폼’으로 설계해야 한다”며 “단순히 현지 리스크를 우려하기보다 한국 산업의 새로운 성장 레버리지로 구조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