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3일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휩쓸었다. 행정부와 입법부에 이어 광역단체장 다수를 확보하며 국정 동력을 얻은 여당이 하반기 정기국회를 기점으로 쟁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의견 차이로 지연됐던 88개 주요 입법이 일괄 처리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산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법무법인 화우는 이 같은 내용을 분석한 ‘6.3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기업 규제환경 전망’ 보고서를 4일 발간했다. 보고서는 오는 9월부터 열리는 하반기 정기국회가 여당의 입법 속도전 무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재정경제위원회 등 기업 경영과 직결된 상임위원회를 여당이 주도할 경우 사법, 금융, 공정거래, 노동, 조세 등 전 분야에서 규제 법안이 추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업이 주목할 변화는 사법 및 검찰 개혁 분야다. 기존 검찰청이 폐지되고 법무부 산하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신설돼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다. 이에 따라 증권·금융, 공정거래, 기업범죄 등 주요 경제범죄 수사권이 중수청으로 이관된다. 보고서는 공소청 검사의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 지휘권이 폐지되면서, 부처별 특사경의 동시다발적 수사 개시가 빈발하는 ‘다중 수사기관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재판소원제 및 법왜곡죄 신설은 수사기관과 법관의 보수적 판단을 유도해 경영진의 배임·횡령 형사 사건화 비중을 키울 요인으로 지목됐다.
공정거래 환경 역시 규제 방식이 달라진다.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가 추진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광역자치단체가 직접 기업을 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대통령 주재 전국시도지사회의가 정례화되는 등 지방분권이 가속화되면서, 지역별 조례 제정에 따른 규제 ‘이중화’ 현상도 짙어질 수 있다. 더불어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플랫폼법)’ 제정과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도입이 추진돼 하도급 및 기술유용 관련 법적 분쟁 노출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동 및 재무 규제도 주요 쟁점이다. 65세 정년 단계적 연장과 퇴직연금 전면 의무화 입법이 논의되면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제기된다.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 등 근로시간 단축 기조와 함께,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여파로 원하청 구조가 많은 제조·모빌리티 산업 전반에서 단체교섭 분쟁이 확산될 여지가 있다.
윤지훈 법무법인 화우 고문은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 시행과 관련해 현장에서 제도가 어떻게 안착할 것인지가 중요한 사안”이라며 “여당이 노동법 적용 범위 확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대통령 역시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권리구제 절차 강화 및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 노동 사각지대 해소를 주요 정책 과제로 안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본격적인 입법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과 조세 분야도 개편을 앞두고 있다. 3차 상법 개정에 따라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은 원칙적으로 1년 내 소각이 의무화되며,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돼 거버넌스 개편 요구가 커진다. 불공정거래 규제와 관련해서는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재가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조세 측면에서는 다주택자 규제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탄소세 도입 및 배출권거래제(ETS) 유상할당 확대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원가 상승이 예상된다.
화우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이 경영판단의 합리성과 적법성을 사전에 문서화하고, 다중 수사기관 출범에 대비한 전사적 통합 법률 자문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행정조사 초기 단계부터 형사절차 연계를 고려한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며 임금체계 개편, 자사주 정책 재검토, 지역별 맞춤형 컴플라이언스 정비 등 방어 체계를 가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