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유럽이 자국 전기차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2천억 유로(약 350조 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 부족과 중국발 경쟁 심화에 몰린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환경규제 완화를 촉구하며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중국은 내수 침체를 딛고 신에너지차(NEV)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내연기관차 수출 물량을 추월하며 유럽 산업계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4월 중국의 완성차 수출량은 76만 9천 대로 집계됐다. 이 중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를 포함하는 신에너지차가 40만 6천 대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 물량의 52.7%를 차지했다. 신에너지차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1.8% 급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내연기관차 수출량을 앞질렀다.
CPCA는 중국 내수 판매 부진과 고유가 기조 속에서 현지 업체들의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 노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유럽과 남미 시장을 중심으로 이러한 수출 확대 추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공세에 맞서 유럽 주요국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 중이다. 분석기관 뉴오토모티브(New Automotive)에 따르면, 유럽 31개국이 지금까지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투자 및 약정한 금액은 2천억 유로에 달한다.
세부적으로는 역내 배터리 공급망 강화에 1천 90억 유로, 전기차 제조 부문에 600억 유로, 공공 충전 인프라에 230억~460억 유로가 투입되고 있다. 국가별로는 독일(24%)과 프랑스(18%) 등에 투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유럽 전기차 생태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 자본 투자 외에도 지속적인 보조금 지급, 산업 보호 정책, 안정적인 에너지 비용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전폭적인 지원에도 유럽 현지 완성차 업계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폭스바겐(Volkswagen), 르노(Renault), 스텔란티스(Stellantis) 등 유럽 주요 완성차 그룹은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과의 경쟁 심화를 근거로 유럽연합(EU) 당국에 환경규제 추가 완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추가 유예 및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의 재검토 등을 요구 중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일부 내연기관차 판매를 허용하는 기존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정책 검토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유럽 자동차 업계의 규제 완화 요구는 현행 환경규제 유지에 따른 고용 감소 우려와 맞닿아 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현행 환경규제가 유지될 경우 2035년까지 최대 12만 5천개의 일자리가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유럽 업계 내부에서는 산업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춘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