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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산업이야기] AI가 대체하는 것은 효율인가, 기업의 정체성인가
김대은 기자|kde125@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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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산업이야기] AI가 대체하는 것은 효율인가, 기업의 정체성인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전통 산업과 DX의 충돌을 조명하다

기사입력 2026-05-04 16: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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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산업이야기] AI가 대체하는 것은 효율인가, 기업의 정체성인가
이미지 출처=네이버영화
[산업일보]
주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년 차 저널리스트인 ‘앤디’는 과거 편집장 비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매거진 ‘런웨이’의 특집기사 에디터로 복귀한다. 그러나 런웨이는 시대의 흐름을 맞아 흔들리고 있었다. 독자들은 디지털 콘텐츠로 이동했고, 종이잡지는 ‘치실로 써도 될 만큼’ 얇아졌다. 여기에 경영권을 승계한 모기업 회장의 아들은 예산 삭감과 매각을 검토한다. 지난주(4월 29일) 개봉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이야기다.
[문화 속 산업이야기] AI가 대체하는 것은 효율인가, 기업의 정체성인가
이미지 출처=네이버영화

2006년 개봉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패션계를 선도하는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의 비서로 취직한 저널리스트 지망생 앤디를 주인공으로, 패션계의 화려함과 성공을 위해 치러야 하는 개인의 희생을 중심 소재로 삼아 직업적 성공과 인간 존엄 사이의 갈등을 그려냈다.

20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이제 디지털전환(DX) 속 전통 산업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조명한다. 아버지의 사망 이후 경영권을 승계한 신임 회장은 런웨이의 ‘체질 개선’을 요구한다. 6년 차 이상 전문 인력을 해고하고 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문화 속 산업이야기] AI가 대체하는 것은 효율인가, 기업의 정체성인가
자료 이미지=본보 기획/ AI 생성 이미지

창업주에게 런웨이는 단순한 수익을 넘어 자부심이 담긴 ‘유산(heritage)’이었다. 그래서 조직이 비대해지는 한이 있더라도 업계의 상징성과 고숙련 인재들을 기꺼이 지켜냈다. 반면 후계자에게는 철저한 수익률로 군더더기를 덜어낼 자산에 불과했고, 미란다와 같은 고연봉자들은 AI로 대체하면 그만일 뿐이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2월 ‘인수·합병 등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보도자료에서 인용한 자본시장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경영자 60세 이상 중소기업 비중은 3분의 1 수준으로, 이중 상당수는 자녀부재 또는 승계기피로 기업 경영 후계자 부재율이 28.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에서는 사업가들의 탐욕으로 기업의 인수합병(M&A) 의사가 오갔지만, 현실에서는 기업의 지속을 위해 M&A가 필요한 실정인 것이다.

중기부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법적 기반을 확립하고, M&A 기반의 기업승계를 활성화하려 한다.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승계 M&A 플랫폼’도 구축해 수요를 관리하고, 중개기관 등록제도 운영한다. 또한 중소기업에 맞춰 법정기간을 단축하는 특례를 신설하고 제도·절차상 비효율을 개선할 계획이다.
[문화 속 산업이야기] AI가 대체하는 것은 효율인가, 기업의 정체성인가
자료 이미지=본보 기획/ AI 생성 이미지

한편, 영화에서 앤디는 돌파구로 IT 기업의 오너를 찾아가 런웨이 인수를 제안하지만, 그 역시 AI(인공지능)로 포토그래퍼, 모델, 스튜디오나 해외 현지 촬영 등을 대체할 수 있다며 신임 회장과 비슷한 견해를 보인다.

영화는 이러한 위기의 해결책으로, 세기의 이혼으로 벼락부자가 된 모델이 런웨이와 모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는 단편적인 대응책이다. 영화 역시 미란다의 대사를 빌려 “당분간은 건드리지 않겠지”라고 평가한다.

DX는 이제 기업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할 수순이다. 노동집약적 공정을 디지털·자동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부도 고령화된 한국 제조 현장을 ‘AI 팩토리’로 진화시키기 위해 지난해 ‘M.AX 얼라이언스’를 출범하고, 숙련 엔지니어의 노하우를 AI 모델화하고 있다.

문제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다. 효율이라는 성과주의 지표만 좇는다면 경쟁력을 향상하기 전에 정체성이 먼저 붕괴할 수 있다. 첨단기술은 혁신을 구현하는 도구일 뿐, 그 깊이는 결국 혁신을 향한 철학에서 우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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