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야간노동을 단순히 수당을 더 주는 ‘임금 보상’의 영역이 아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으로 규정하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차원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야간노동 규제방안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열린 토론회에서 이가린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원은 노동시간 규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이 연구원은 “현행 근로기준법은 야간노동을 통상임금의 50%를 가산 지급하면 해결되는 문제로 보고 있지만, 이는 노동자의 건강을 담보로 한 것”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나 유럽연합(EU)처럼 야간노동을 건강 위험 요인으로 정의하고 예방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연구원은 플랫폼 노동의 맹점을 지적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알고리즘과 배차 시스템에 의해 야간·장시간 노동을 유도당하고 있지만,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
그는 “알고리즘에 의한 노동 통제를 산안법상 위험성 평가 대상으로 포함하고, 휴식권을 안전보건의 핵심 기준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야간노동 논의의 핵심은 ‘얼마를 더 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멈출 것인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업환경의학 전문가인 김형렬 가톨릭의대 교수도 의학적 관점에서 야간노동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 교수는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작업을 ‘발암 가능성이 높은(Probable carcinogen)’ 2A군 발암물질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다”라며 “야간노동은 유방암, 전립선암 등 호르몬 관련 암 발병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부정맥, 수면장애, 우울증 등 즉각적인 건강 악화를 초래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화학물질은 산안법을 통해 엄격히 규제하면서, 명백한 발암 요인인 야간노동에 대해서는 왜 규제가 전무한가”라고 반문하며 “건강검진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으며, 야간노동의 밀도와 불규칙성을 통제하는 실질적인 감축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참석한 한진선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정책과장은 야간노동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정책 마련을 약속했다. 한 과장은 “그동안 정부의 노동시간 정책이 전체 근로시간 총량을 줄이는 데 집중돼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총량이 줄어든다고 야간노동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한 과장은 고정 야간 근무나 ‘N잡’을 뛰는 노동자들이 낮 시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지조차 파악되지 않는 현실을 언급하며 실태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올해 노사가 참여하는 야간노동 실태조사를 조속히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내에 야간노동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기존 교대제 노동자뿐만 아니라 플랫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다양한 고용 형태의 야간노동 실태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