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야간노동의 형태가 전통적인 제조업 교대제에서 배송·물류 등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근로자’ 개념을 넘어선 ‘야간노동 종사자’라는 새로운 법적 카테고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야간노동 규제방안 촉구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야간노동의 역사적 흐름과 현대적 특징을 짚었다.
박 위원은 “전통 사회의 야간노동이 치안이나 소방 등 필수적인 영역에 국한됐던 반면, 산업혁명을 거치며 생산력 확대와 이윤 추구를 위한 시간 통제의 수단으로 확장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최근 한국의 야간노동(밤 10시~다음 날 오전 6시) 비중은 전체의 약 6.6%로 감소 추세지만, 고정적인 야간 근무를 수행하는 비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최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야간노동이 확산하고 있는데, 이는 ‘24시간 경제’라는 도시의 욕망과 연결돼 있다”며 “과거 제조업 정규직 중심의 야간노동과 달리, 최근에는 단시간·일용직·플랫폼 등 불안정 고용 형태로 야간노동이 수행되면서 건강과 삶의 질 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대안으로 야간노동에 대한 시간 보상(대체 휴가) 도입, 기업과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을 제시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최 실장은 이용우 의원실의 조사자료를 인용해 “202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야간 노동시간에 사망해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는 1천424명으로, 연간 평균 406명이 야간노동 중 사망하고 있다”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최 실장은 “야간노동은 과로사와 직결되지만, 현재의 제도는 특수건강검진 수준에 머물러 예방 조치가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야간작업 시 최소 인원 배치 의무화, ‘나홀로 야간작업’ 금지 등 인력 충원을 전제로 한 실질적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노동자의 절반만이 주간 근무를 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지자체의 관리 감독 부실을 꼬집었다.
이동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쿠팡 등 플랫폼 기업의 사례를 들며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입법 과제를 제안했다. 이 조사관은 “쿠팡 퀵플렉스 등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야간노동 규제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라며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범주를 넘어선 ‘야간노동 종사자’라는 새로운 정의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 조사관은 “야간노동 종사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야간노동을 수행하는 경우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거나 도급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제2, 제3의 쿠팡 사태를 막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필수 사업, 필요 사업, 서비스업 중 어디까지 야간노동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