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유통·물류 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위해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중심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 주최, 물류산업연구원 주관으로 ‘탄소중립 유통·배송 문화 조성을 위한 친환경 유통·물류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기후위기 대응이 산업계 전반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현장의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 발제를 맡은 이시승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온라인 쇼핑몰의 탄소 저감 노력을 소개하며 ‘구조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유통 산업은 소비자 접점이 뚜렷해 정책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기업별 운영 구조가 제각각”이라며 “일률적인 규제는 형식적인 대응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 조달 가점이나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한 자발적 참여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신은규 한국통합물류협회 사무국장은 택배용 화물차의 친환경 전환 과정에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 국장은 “2024년 경유 택배차 신규 등록 금지 이후 전기차 전환이 진행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 부족과 보조금 축소로 현장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택배 기사 95%가 개인 차주인 상황에서 차량 가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보조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석하 물류ESG연구소장은 성과 지표와 글로벌 사례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박 소장은 “이제는 에너지 절감 수준을 넘어 수치 기반으로 탄소 배출량을 관리해야 한다”며 “중소기업도 활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탄소 배출 산정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심 배송 효율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 조업(하역) 구역’ 도입을 제안하며 “뉴욕과 일본처럼 공공 부지를 하역 공간으로 활용하고 데이터 기반 관제를 도입하면 공회전과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현장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하며 정책 개선 의지를 밝혔다. 송인준 기후에너지환경부 서기관은 “규제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탄소중립포인트제 확대와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통해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효은 국토교통부 사무관은 “물류 기업의 약 90%가 중소기업으로, 전담 인력 부족 등 구조적 한계가 크다”며 “자율적 목표 관리제가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지 않도록 중소기업 대상 교육과 맞춤형 지원방안을 예산 당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김주영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일률적인 규제보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소중립 전환이 노동자에게는 미래 일자리를, 기업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제공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되도록 꼼꼼히 챙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