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쿠팡을 둘러싼 최근 파문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내 온라인 유통 체계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보안 문제와 소비자 신뢰 하락에 따른 이탈 움직임이 논란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그 여파를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는 입점 소상공인들의 위기 상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연합회가 ‘쿠팡 사태 소상공인 피해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것은, 이 사안을 시장의 자율적 해결에만 맡기기 어렵다는 정부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그간의 보도를 종합하면 흐름은 비교적 명확하다. 쿠팡을 둘러싼 보안·신뢰 논란 이후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탈퇴 및 이용 축소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입점 업체들의 실질적인 매출 감소 우려로 직결됐다. 문제는 피해의 실체가 각 판매자의 체감 영역에만 머물러 있었을 뿐, 이를 공식적으로 집계하고 전달할 창구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번 신고센터 개설은 바로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다. 소상공인연합회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매출 감소 등 피해 사실을 접수할 수 있고, 회원사 소속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도 병행된다. 정부가 ‘피해가 있다’는 주장 자체를 정책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중기부의 후속 계획 역시 단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접수된 신고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쿠팡 입점 업체들의 경영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개별 피해 사례는 ‘쿠팡 사태 범정부 TF’에 공유된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함께 사안을 단일 부처 차원이 아닌 정부 전체의 과제로 다루겠다는 신호다. 불공정 행위 조사는 공정위가, 매출 감소 등 경영 애로 해결은 중기부가 맡는 식의 역할 분담도 뚜렷해졌다.
향후 전개는 몇 가지 범위로 예상할 수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막연한 추측이 아닌, 수치화된 피해 규모와 업종별 영향력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매출이 줄었다”는 정성적 호소에 그쳤다면, 조사 이후에는 지역·업종·판매 방식별로 정리된 데이터가 정책 논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중기부가 예고한 지원책 역시 금융·경영·판로 지원 등 기존 정책 수단을 결합한 형태가 유력하며, 이는 직접적인 제재보다는 보완책 마련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특정 플랫폼에 과도하게 쏠린 유통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의 리스크가 수천 명의 소상공인 생계 위기로 직결된다는 점이 수치로 입증될 경우, 거래 안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 단계에서 정부가 쿠팡에 대한 즉각적인 규제 강화를 예고한 것은 아니다. 이번 조치의 우선순위는 어디까지나 ‘정확한 실태 파악’과 ‘피해 지원’에 있다.
결국 이번 신고센터 운영은 쿠팡 사태의 종결점이 아니라, 본격적인 정책 대응의 서막에 가깝다. 정부는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단계에 진입했고, 소상공인들은 파편화됐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공식 통로를 확보했다.
플랫폼 논란이 소비자 신뢰의 영역을 넘어 소상공인 생존의 문제로 확장된 지금, 사태의 향방을 결정지을 기준은 감정이 아닌 ‘데이터’가 될 전망이다. 그 결과가 무엇을 가리키느냐에 따라 이번 사건은 일시적인 혼란으로 기록될 수도, 플랫폼 생태계의 대대적인 변화를 이끄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