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은 올해에 이어 3% 내외로, 완충된 둔화 국면 속에서 나라별·부문별로 비대칭적 성장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1일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올해 하반기 기자회견을 열고 ‘2026년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했다.
KIEP 윤상화 국제거시금융실장은 2026년 세계경제성장률을 3%로 예상하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 3%와 동일한 수준으로,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완만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해설에 따르면, 3% 내외의 성장률은 2000년대와 비교했을 때 다소 낮은 수준으로 여전히 과거 대비 부진한 성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성장률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탄탄한 3분기 성장에 힘입어 전망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관세 충격과 같은 요인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반적인 성장률 수준은 올해와 내년 모두 높지 않아, 세계 경제 상황이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 완만한 성장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및 주요국의 2025~2026년 성장률은 코로나19 이전 2015~2019년의 평균 성장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미국과 EU 지역에의 경우 해당 시기에는 2%대 성장률을 보였지만, 내년에는 1%대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중국도 6% 중후반의 고성장을 기록했으나, 2026년에는 4%대 성장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도와 아세안 5개국은 과거의 높은 성장률을 거의 따라잡은 모습이다.
윤 실장은 “IMF와 OECD 등 주요 기관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하향 조정했다가 소폭 상향했다”라며 “상호관세 조치의 후폭풍이 전망 하향에 반영된 이후 각국의 무역 조정과 AI 투자금과 같은 상방 요인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수시로 전망치가 수정되는 가운데 현시점에서는 주요 기관들이 올해와 내년 모두 3% 내외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작년 말부터 올해에 걸쳐 관세 부과 범위를 확대해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세계경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라며 “반면 최근 전 세계에서 AI(인공지능) 부문에 대한 민간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관련 설비투자 붐이 나타나 제조업 생산과 교역 감소분을 보완해 주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즉, 세계경제 둔화 속에서도 조정 완충 기제가 작동해 경기 하방을 방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이러한 둔화 국면의 완충 요인에도 여전한 하방 위험으로 ▲신 관세 무역질서의 급변 가능성 ▲재정 여력 악화와 위기대응 능력 저하 리스크 ▲ AI와 같은 기술투자 쏠림과 금융시장 변동 및 투자위축을 지목했다.
특히 AI를 비롯한 기술 분야에 투자가 집중돼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거대 기술 기업에 시가총액이 집중돼 있다. 이러한 쏠림이 중장기적 기업이익 증가와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다행이나, 높은 집중도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자산 가격 하락을 넘어 실물 투자와 소비 위축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채금리의 경우 미국은 완만한 하강 추세 속에서도 상당 기간 방향성이 엇갈리는 높은 변동성이 예상된다. 유럽 주요국은 하방 압력과 상승 압력이 교차하며 보합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일본은 장기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주요 환율 전망도 살폈다. 달러화는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가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다만,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강세 요인이 재부각될 수 있다.
원/달러 환율 역시 완만한 하락세가 예상된다. 한국의 세계 국채 지수 편입 효과, 국내 자산시장 투자 매력도 개선, 반도체 수출 회복 등이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해외 증권 투자 확대가 약세 요인으로 맞물려,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 전망은 공급 완화, 수요 둔화로 하방 압력이 우세하다.
2026년 주요국 별 성장률로는 미국 1.6%, EU 1.1%, 일본 0.6%, 중국 4.2%, 인도 6.5%, 아세안 5개국 4.7%로 전망됐다.
윤상화 실장은 “선진국보다 신흥국들이 평균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지만,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이들의 성장세 역시 강하지는 않다”라며 “특히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선진국과 거대 신흥국의 상대적 부진이 전체 평균을 끌어내리는 모습을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KIEP 안성배 대외협력부원장은 “내년 세계 경제 흐름은 ‘완충된 둔화, 비대칭의 시대’로 규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경제 환경 변화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어느 때보다 엄중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어, 정부와 기업 모두 빈틈없는 모니터링과 선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라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정책 변화와 국제 동조 동향을 주시하면서 우리 경제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을 시의적절하게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