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탄, “나만의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라”라는 제목의 수기로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나노세라텍 이창훈 대표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직 사업이 안정권에 들어온 건 아니어서, 지금도 그렇게 뭐 잘 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겸손하게 수상 소감을 밝힌 나노세라텍 이창훈 대표는 실패 후 재창업하기까지의 여정을 풀기 시작했다.
첫 창업, 그 쓰디 쓴 고배
이창훈 대표는 2005년에 ‘나노켐텍’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전 직장에서 알게 된 분쇄 장비 설계하는 친구가 자기가 이제 회사에서 독립해서 나오겠으니, 일을 같이 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영업을 해본 적이 없었고, 나는 설계를 할 줄 몰랐다. 그래서 그 친구가 장비를 만들고, 나는 그 제품을 OEM형태로 넘겨받아 판매하는 방식을 취해 사업을 진행했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처음 3년간은 괜찮았다. 개인 자본도 많이 안 들어가고, 내가 직접 제조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또 처음에 그 친구가 제조원가를 나에게 공개하기로 서로 합의했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동업자가 제조원가 공개를 안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번에는 원가가 좀 많이 들어갔다’ 이런 식으로 둘러대며 100만 원, 200만 원 밖에 안 줬다. 내가 그 친구랑 동업했지만, 그 친구가 제품 공급을 안해주면 나는 판매를 못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을의 입장이었다. 그래서 늘 ‘알았다’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고 그 당시를 토로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 2억 원 넘게 발주가 왔다”고 언급한 이 대표는 “그래서 내가 이번에는 그 친구한테 제조원가를 공개하라고 압박을 주니, 그 친구가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자기 급여 6개월 치, 또 직원들 6개월 치 등을 다 원가에 포함시킨 것이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지니 공장 운영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갔다고 핑계를 댔다. 그러더니 그 친구가 나한테 앞으로는 5대5하지 말고, 그냥 수수료 10%, 15%만 가져가라고 얘기를 하더라. 그 때도 그냥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때 한 2억 원 정도 발주 받고, 납품을 하고 잔금을 받아야 하는데 그 발주한 그 업체에서 돈을 안주더라. 내가 그 돈을 받아야 이 친구한테 결제를 해줄 수 있는데, 이 돈을 못 받으니까 그 친구에게 결제를 못해줬다. 그러니 그 친구가 돈 달라고 독촉을 하기 시작했다. 밤늦게 전화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그 독촉이 너무 힘들어서 대출받아 그 돈을 다 갚아줬다. 그 후 그 친구랑 끝이 났다. 설상가상으로 2억 원 정도를 발주한 그 업체 사장이 야반도주를 했다. 그래서 내 사업이 더 힘들어졌다”고 회상했다.
버텨보려고 노력했던 시간들…그리고 폐업
이 대표는 그 이후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세라켐텍을 이어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다른 곳에 사무실을 얻어 직접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내 전공은 기계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경영이었기 때문에 오토 CAD를 독학했다. 그 후 설계를 하고 장비 제조를 시작했다. 어찌됐든 제품을 만들긴 만들었는데, 섬세한 기술 노하우를 잘 몰랐다. 예를 들면 열처리, 후처리 공정 등 그런 걸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만드니까 제품의 지속기간이 길지 않았다. 납품하고 한두 달은 제품의 성능이 괜찮았다. 그런데 석 달쯤 되면 문제가 생겼다. 장비 안에 열처리가 안돼서 베어링 축이 마모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렇게 되면 제품 보증기간이 1년이기 때문에 무상으로 안에 있는 부품들을 새 것으로 모두 바꿔줘야 했다. 그런 현상이 한 두 번은 괜찮았지만, 계속 쌓이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래서 사무실 임대료도 못 내고 빚만 늘었다. 2012년 결국 폐업을 했다”고 담담히 전했다.
폐업 후 재창업을 하기까지
이 대표는 폐업 후 편의점 알바를 주로 했다. “그 시간이 3~4년 정도 된다. 그러다 지인 중에 전자 관련 연구원이 있었는데, 그분이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사업 아이템을 말해줬다”며 “분쇄 관련 독일장비가 있는데 문제가 있어서, 이 부분을 해결해서 국산화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재창업을 제안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창업자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되게 많으니 한번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그 때 정부 지원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다. 사업자를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사업공간이 있어야 했다. 그 당시 1인 창조기업에 등록하면 사무실을 공동으로 쓸 수 있게끔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지원책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그는 정부 지원 컨설팅을 받다가 한 대학교의 창업보육센터 입주공고가 뜬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바로 지원하고 2013년에 입주했다. 그 다음에 ‘예비창업자 맞춤형 지원사업’이 있었는데 거기에도 선정돼서 시제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또 그 다음해에는 ‘재창업전용기술개발 사업’에도 채택됐다. “내 자본이 없었기 때문에 정부지원사업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실패로 인해 얻은 것이 있다면?
이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내가 능동적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었다. 동업자의 제안을 받아 수동적으로 진입했을 뿐, 사업에 관련해서는 아무런 지식이 없었다”며 “그런데 이제는 사업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 실패가 나에게는 큰 경험이 됐다. 과거처럼 하면 안되겠다는 것을 깨닫고, 준비를 철저히 했다. 사업자는 아이템만 알면 안된다. 재정, 거래처 관리 등 회사 운영의 전반적인 것들을 다 꿰고 있어야 한다. 재창업프로그램들을 통해 교육과정을 철저히 밟았고, 과거 부족했던 점들을 보완했다”고 강조했다.
힘든 사람들에게 한마디
그는 “힘들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며 “보통은 외부적인 요인을 많이 꼽는다. 그런데 다 따지고 보면 실패의 원인은 자기 자신이다. 나도 처음에는 동업자 원망을 많이 했다. 그 돈 가지고 도망친 업체 사장 욕도 많이 하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 내 잘못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핑계를 댄 거다. 외부적인 요인을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먼저 돌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역지사지란 말이 있지 않은가. 자기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결말은 똑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