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마이→CD플레이어→MP3
1980년대 휴대용 카세트테이프의 개념이 등장하며, 삼성전자에서 ‘마이마이’를 만들었다. 한국판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마이마이’는 1980년대 많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 다음 주자는 1990년대에 꾸준히 사랑받은 CD플레이어로, 카세트테이프에 비해 음질이 좋았지만 부피가 카세트보다 크고 진동이나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 다음으로 나온 MP3 플레이어는 디지털 미디어로, 음악저장소를 CD에서 플래시 메모리나 소형 하드디스크로 전환해 소형화를 구현했다. 또한 MP3 플레이어는 선행 미디어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저장 용량이 확장돼 왔다.
그러나 이렇게 음악 청취도구의 강자로 여겨지던 MP3 플레이어도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급격한 하락세를 맞았다.
첨단기술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것들 2탄, MP3 플레이어를 심층취재 했다.
MP3 플레이어의 현주소
독일 시장조사기관 스테티스타에 따르면 국내 MP3 보유율은 2012년 16.4%에서 2017년 2.3%까지 하락했다. 또한 국가통계포털(KOSIS) ‘개인매체 보유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는 개인당 0.05대의 MP3를 가지고 있었지만, 2017년에는 0.02대로 감소했다. 그에 반해 스마트폰은 2015년 개인당 0.79대에서 2017년 0.87대로 증가했다.
국내 MP3 제조업체 SAFA 이기원 대표는 “MP3 판매량이 많이 줄었는데 그 원인은 스마트폰이라고 본다”며 “과거에는 국내에 MP3 생산업체가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 SAFA는 MP3 제조업체에서 중국산을 수입하는 회사로 전락했다. 현재 중국산 MP3를 들여와 그 부품 중 일부를 한국산 부품으로 바꿔 커스터마이징 해서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하이마트 박태욱 씨는 “아예 여러 기능이 하나로 통합된 스마트폰이 나오니까 MP3가 안 나간다. 최근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판매량이 극과 극을 달린다”며 “올해 MP3가 1대 정도 나갔나? 싶을 정도다. 지금 매장에 전시된 제품이 마지막 재고다. 국내에서는 MP3 시장이 다 죽었다”고 설명했다.
용산 전자랜드 예스 김영섭 대표는 “MP3를 판매한 지 10년 정도 됐는데, 과거에 비해 판매량이 1/10로 줄었다. 거의 안 나간다고 보면 된다. 재고율이 많지 않고, 조금씩만 가져다 놓고 판다”고 말했다.
MP3 플레이어의 쇠퇴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기원 대표는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었다”며 “그 사람들이 다른 길로 각자도생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MP3 만들던 사람들,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들 거의 다 없어졌다. 그런데 한편으로 IT 기술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MP3 기술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블루투스 쪽으로도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SAFA의 MP3 담당 직원들 같은 경우 중국 회사로 이직을 한 사람도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MP3 수요, 작지만 여전히 존재
이 대표는 “그러나 MP3에 대한 일부분의 수요가 아직 있다. 음질이 스마트폰보다 좋아서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들이 종종 찾는다. 또한 스마트폰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다보니 배터리 소모가 크다는 단점이 있어, 음악을 긴 시간 듣고 싶은 사람들도 MP3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섭 대표는 “찾으시는 분들이 가끔 있다. 군인들이 많이 찾는다. 음악을 듣고는 싶은데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어서 그 대체로 MP3를 찾는다. 또한 어르신들과 운동하는 사람들 중 작은 음악청취 기기를 원할 때 MP3를 찾는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MP3 시장은?
이 대표는 “형태의 변화는 있겠지만, 인류가 생존하고 있는 한 음악은 공존할 수 밖에 없어 관련 청취 기기들은 명맥을 유지하지 않을까”라는 낙관적인 대답을 한 반면, 롯데하이마트의 박태욱 씨는 “아마 국내에선 사라질 것이다. 어차피 핸드폰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어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김 대표와 용산 전자랜드의 한 관계자 또한 MP3시장이 사장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놨다.
새로운 기술로 인해 기존의 것이 사라지는 현상에 대하여
용산 전자랜드의 한 관계자는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발달하는데, 안 팔리는 기존의 제품을 계속 생산하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 대표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순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박 씨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새로운 것을 보고 발견하고...그게 좋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연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