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언론사의 보도를 인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을까. 제보자의 주장을 충실히 전달했더라도 사실 확인이 부족했다면 책임을 질 수 있다는 판례가 소개됐다. 취재원의 신뢰도를 살피고 당사자의 입장을 확인한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는 일이 언론분쟁 대응의 핵심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내 협회 회의실에서 회원사 편집국장과 기자를 대상으로 '변화하는 언론법과 분쟁 대응'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명예훼손의 법적 판단 기준과 인터넷언론의 손해배상 책임, 포털 뉴스검색 제휴계약 해지를 둘러싼 주요 판례를 살펴봤다.
취재원 신뢰도·당사자 확인 노력 기록해야
첫 강연을 맡은 박은영 언론중재위원회 교육팀장은 '판례로 알아보는 명예훼손 법리와 언론분쟁 핵심쟁점'을 주제로 보도에 따른 법적 책임이 어떻게 판단되는지 설명했다.
박 팀장은 공연성, 사실의 적시, 피해자 특정, 사회적 평가 저하 등을 짚고 공익성·진실성·상당성을 설명했다. 특히 보도 내용이 결과적으로 사실과 달랐더라도 보도 당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가 책임 판단의 쟁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취재원의 신뢰도와 당사자 확인 노력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되는 만큼 취재·확인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을 기사에 사용하면서 발생한 분쟁 사례도 소개했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솔로' 출연자의 개인 인스타그램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한 기사와 관련해 분쟁이 발생했고, 해당 사진을 프로그램 관련 사진으로 교체하는 선에서 조정이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박 팀장은 차별·혐오표현과 관련한 법제 변화도 짚으며 취재·보도 과정에서 표현 선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매체 인용했다고 면책 안 돼…반복 보도에 위자료 2000만원
두 번째 강연에 나선 정의훈 법률사무소 에임 변호사는 '인터넷언론 관련 판례 동향'을 주제로 명예훼손 손해배상 사건을 분석했다.
정 변호사는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참고하거나 인용했다는 사정만으로 보도에 따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갈등 관계에 있는 제보자의 주장에 의존해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8차례 반복 보도한 언론사에 위자료 2000만원 지급을 명한 판결을 다뤘다.
제보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을 취하더라도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했는지, 반복 보도 과정에서 피해가 확대됐는지 등이 책임 판단의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털 뉴스제휴 해지, 벌점 근거와 소명 절차가 쟁점
포털 뉴스검색 제휴계약 해지와 관련해서는 2024~2025년 판례 6건을 비교했다.
정 변호사는 포털이 재평가 점수의 산정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거나 핵심 벌점 사유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사건에서는 인터넷신문사가 승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사형 광고 등 계약 위반 행위가 구체적으로 입증되고 언론사에 소명 기회가 보장된 사건에서는 법원이 제휴계약 해지를 유효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포털의 평가 결과뿐 아니라 위반 사유를 뒷받침하는 증거와 계약 해지에 이르기까지의 절차도 판결을 가르는 요소로 작용한 셈이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회원사들의 언론분쟁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실무 세미나와 가이드라인 배포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