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실질적인 산업재해 감축을 위해서는 기존의 수단지시형에서 벗어나 위험관리형 규제방식으로 안전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8일 발간한 ‘산업안전보건체계의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에서 기존의 규제·처벌 중심 정책만으로는 산업재해를 추가로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2023년 산재사고사망 10만 명당 비율은 3.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여섯 번째로 높았다. 장기적으로는 낮아졌지만 최근 감소 폭이 줄면서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산재 감소 정체의 원인으로 수단지시형 규제방식과 위험관리형 규제방식이 병존하는 이중구조를 짚었다. 구체적인 행위 절차를 명시하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과 목표를 제시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정합성 없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이동영 입법조사관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규정 위반 적발 중심의 단속형 감독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산업현장에서는 실질적 위험 저감보다는 형식적 규정 준수와 법적 책임 회피에 집중하는 악순환이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1972년 영국이 도입한 ‘위험관리형 규제방식’을 제시했다. ‘위험을 만드는 자가 그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사업주와 근로자가 스스로 위험을 식별하고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위험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이를 위한 5대 정책 과제를 내놨다. 먼저 산안법은 예방 중심으로, 중처법은 사후 처벌 중심으로 기능을 분리해 법적 중복성을 해소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현장 전문가 중심의 산업별 ‘승인된 실무규범(ACoP)’ 작성 및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적발 위주의 ‘단속형 감독’에서 위험관리 실무를 평가하는 ‘심사형 감독’으로의 전환도 촉구했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는 사후 과실 적발이 아닌 기업의 ‘위험 관리 체계 실효성’을 잣대로 주의의무 준수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위험 정보를 공유해 산업 전반의 집단적 역량을 축적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법조사처는 정부와 산업계, 노동계, 시민사회,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를 마련해 제도 전환의 방향과 실행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