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기조가 국내 산업계의 설비 투자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가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개선 효과보다 자금조달 여건을 더 크게 악화시켜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27일 ‘미 연준의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2000년부터 2019년까지 비금융 상장기업 미시자료를 바탕으로 연준의 긴축 충격 효과를 실증 분석했다.
분석 결과,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충격이 가해질 경우 기업의 이자부담률이 직접적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준이 대차대조표상 총자산을 300억달러 축소할 경우에는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뚜렷하게 악화하며 신규투자가 유의미하게 위축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본 조달의 어려움은 기업 가치 하락으로도 이어져, 금리 25bp 인상 시 주가는 0.75%, 대차대조표 300억달러 축소 시 주가는 0.99% 떨어졌다.
통상 미국의 긴축은 달러 강세·원화 약세를 유발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무역 경로와, 글로벌 유동성을 축소해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드는 금융 경로로 동시에 작동한다. 보고서는 단기적인 수출 증가 기대효과에도 불구하고 차입금 감소 등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투자 위축을 야기하는 부정적 순효과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대차대조표의 적극적인 축소 필요성을 거듭 주장해 왔다. 이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정책성명문 내 금리인하 가능성 시사 문구를 삭제하고 물가안정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상태다.
도영웅 한경연 책임연구위원은 “워시 의장 체제의 긴축 국면에서는 무역경로의 수혜보다 금융경로를 통한 자금조달 비용 상승 및 투자 위축 리스크가 더 크게 나타난다”며 “통화·금융당국은 연준의 긴축 기조가 신규투자 및 경기위축 리스크로 전환될 가능성에 대비해 모니터링 체계를 조속히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