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사람의 손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고난도의 도축 공정을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했다. 도축 자동화 로봇 전문 스타트업 로보스는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4회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에서 돼지 내장적출 로봇 ‘PEV’를 공개했다.
돼지 내장적출은 도축의 여러 공정 중에서도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작업으로 꼽힌다. 로보스 관계자는 “돼지 가공 작업은 목 절개, 복부 절개, 내장적출 등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도 내장적출은 노출된 장기 안쪽을 헤집어가며 잘라야 하는 부위를 찾고, 상품 가치가 높은 부위를 판별해 분류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업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필수적이라 기존의 단순화된 기계나 장비로는 대체가 안 되는 영역이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내장은 가축의 부위 중에서도 경제적 가치가 높아 손상 없이 적출해 내는 정밀도가 핵심이다.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실물이 공개된 PEV는 인간의 상반신 신체 구조를 모사한 양팔형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총 18개의 관절 축을 제어해 움직인다. 상하 동작과 좌우 이동을 처리하는 축 외에 양팔이 각각 7개의 관절로 구성돼 작업 영역을 넓혔다. 또 위생 관리를 위해 외부 물 세척이 가능한 방수 기능 그리퍼를 적용했다.
작업은 입체적이고 정교하게 이뤄진다. 복부가 절개된 돼지가 진입하면 로봇 머리 부분의 ToF 카메라가 노출된 장기 전체를 3차원으로 스캔해 위치와 깊이 정보를 분석한다. 이후 한쪽 팔의 그리퍼로 해당 장기를 잡고 절개해야 하는 근막을 노출시키면, 반대 쪽 팔에 달린 카메라가 정밀 선을 그리며 절개용 나이프로 근막을 잘라낸다.
로보스 관계자는 “단면적만 분석하는 기존의 등급 판정용 스캐너와 달리 장기 전체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로봇과의 상대적 거리를 계산하는 비전 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로봇이 숙련공의 세밀한 힘 조절과 손기술을 학습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2단계 모션 학습 구조가 있다. 1차적으로 작업 전문가들에게 측정용 장비를 부착해 관절 개입도와 가해지는 힘 등 실제 작업 모션 데이터를 기록한 뒤 로봇에 이식했다. 다음으로 현장에서 취득하는 비전 데이터를 통해 성공과 실패 사례를 판별하며 로봇이 적합한 절개 경로를 자체적으로 판단해 나가는 생체 딥러닝 기반의 학습 환경을 구축했다.
해당 로봇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는 정부 연구개발 과제와 딥 테크 팁스(Deep Tech TIPS)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개발이 시작됐다. 현재는 국가기관인 국립축산과학원 연구 가공장에 적용해 실제 가공 데이터를 모으고 정밀도를 높이는 실증 과제를 지속 수행 중이다.
회사는 “현재 개발 중인 PEV의 가공장 테스트를 거쳐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식품 분야 혁신 기술과 스타트업의 미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AFPRO 2026’은 오늘 폐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