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글로벌 해양·에너지 기술 기업 바르질라(Wärtsilä)가 AI 솔루션의 상용화 전환율 50%를 달성했다. 글로벌 평균인 1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바르질라는 성공 비결로 ‘업무 시스템의 근본적 재설계’를 꼽았다. 기존 프로세스에 AI를 단순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핵심에 두고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탈 카차브(Tal Katzav) 바르질라 AI 역량 센터 총괄매니저는 2일 ‘2026 일잘러 페스타’ 기조연설에서 “많은 기업이 AI 파일럿이나 개념증명(POC)을 시도하지만 결국 상용화에 실패하는 ‘AI 패러독스’를 겪고 있다”며 “이는 실제 업무가 아닌 기술 자체를 최적화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의 AI 도입 단계를 ▲개인 생산성 도구 ▲기존 프로세스 내재화 ▲AI 네이티브 업무 시스템으로 분류하며, 산업계가 지향해야 할 종착지는 세 번째 단계라고 강조했다. 카챠브 총괄은 “프로세스의 일부를 선형적으로 자동화하는 것을 넘어, 인간과 AI, 데이터가 하나의 생태계로 상호작용하는 ‘폐루프(Closed-loop)’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르질라는 이러한 현업 밀착형 접근법을 통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60개 이상의 AI 솔루션을 가동 중이다. 카차브 총괄은 대표적 성과로 ‘현장 서비스 엔지니어 배정 시스템’을 소개했다. 바르질라는 과거 수작업에 의존하던 파편화된 배정 업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데만 2년을 투자했다. AI가 작업의 맥락, 엔지니어의 보유 기술 및 자격, 위치, 이동 시간 등을 종합 분석해 최적의 조합을 추천하면 현업 관제사가 이를 최종 승인하는 구조다.
카챠브 총괄은 “현재 AI가 내놓은 추천의 95% 이상을 현업 담당자가 그대로 채택할 만큼 신뢰도가 높다”며 “스마트한 자원 배분을 통해 작업 시간과 출장비용을 크게 줄였고, 탄소 배출량을 고려한 친환경적인 인력 배치까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성공적인 AI 확장을 위한 5대 원칙으로 ▲기술이 아닌 비즈니스 병목(의사결정) 파악 ▲워크플로우 통합 ▲실사용자와의 빠른 반복 및 개선 ▲비즈니스 가치 측정 ▲지속적 개선을 제시했다. AI가 단순히 사람의 업무를 기계적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가치 창출을 돕는 의사결정 조력자로 설계돼야 한다는 의미다.
카챠브 총괄은 “AI 도입은 단순한 IT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사적인 조직 문화의 변화를 수반해야 한다”며 “과도한 관료주의나 무방비 상태가 아닌, 명확한 가드레일과 샌드박스를 제공하는 ‘목적에 맞는 거버넌스’가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