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선택]은 다양한 딜레마 앞에서 AI(인공지능)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살펴보는 기획 연재다. 인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의 선택과 근거 논리를 통해, 결국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아이의 삶을 어디까지 들여다봐야 할까. 아이의 뇌 속에 칩을 이식하고 부모의 태블릿 PC와 연동해 아이를 보호하는 솔루션이 있다. 이를 통해 부모는 아이의 위치를 추적하고 활력 징후를 모니터링 할 수 있으며, 시각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받는다. 특히,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생기면 이를 자동으로 뿌옇게 가린다. 해당 솔루션은 미성년자의 안전을 위해 허용돼야 하는가, 아니면 사생활을 침해하는 위험한 솔루션인가’
솔루션은 2017년 넷플릭스(NETFLIX)에 공개된 SF 옴니버스 드라마 블랙미러(Black Mirror)의 시즌4 에피소드 중 ‘아크앤젤(Arkangel)’에 등장하는 아이보호서비스다.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딸을 잃어버릴 뻔한 일을 겪고 아이를 보호하고자 아크엔젤을 딸의 머리에 이식한다.
기자는 주요 대화형 AI 서비스인 챗지피티(Chat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 그록(Grok), 딥시크(DeepSeek)가 해당 명제를 두고 어떤 응답을 내놓는지 살펴봤다. 사용이 가능한 경우 추론 기능을 활성화해 더 깊게 사고해 보도록 했다.
AI들은 ‘부모로서 아이의 완벽한 안전을 위해 아이의 자유, 기본권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일치된 반응을 보였다.
제미나이는 ‘단기적인 안전을 제공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파괴할 위험이 크다’라며 ‘기술은 인간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보조적 수단이어야 하며, 인간의 자유 의지를 통제하는 수준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라고 답변했다.
챗지피티는 ‘보호를 넘어, 아동의 경험을 부모가 편집하는 구조’가 된다며 ‘보호받는 대상이 아니라 항상 관찰되고 해석되는 존재가 된다’라고 분석했다.
드라마에서도 칩을 이식받은 딸은 할아버지의 고통과 엄마의 슬픔을 필터링 당하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주인공은 사춘기가 된 딸이 남자친구와 첫 경험을 갖는 모습까지 서비스를 통해 관찰한다.
클로드는 ‘사랑과 통제는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뇌에 이식한 칩으로 시각 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은 사랑이 불안으로 변질된 상태이며, 아이가 자라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부모에 대한 신뢰보다는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다른 AI들 역시 이 지점을 지목하며 완벽한 통제보다는 아이가 위험과 시련에 맞설 수 있는 용기와 지혜, 그리고 부모에 대한 신뢰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해설했다.
콘텐츠 속 주인공처럼 아이를 잃어버릴 뻔한 부모가 해당 서비스를 원한다고 다시 물어봤다.
그러자 제미나이는 ‘그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의 뇌에 심는 칩이 아니라, 안전감을 회복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과 심리적 지지’라고 답했다.
클로드 역시 ‘그 사건 이후 아이와 부모 모두 충분한 돌봄을 받았나요’라고 물으며, 근본적인 트라우마가 해소되지 않으면 불안은 다른 형태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딥시크는 개인 차원의 해결책보다는 CCTV 확대, 실종 예방 교육 등 지역 사회 전반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흔히 우리는 불의한 사고를 당한 아이의 부모를 손가락질하곤 한다. ‘아이 간수를 잘했어야지’, ‘부모가 한눈팔아서 이런 사고가 일어났네’ 등 냉혹한 비난을 던지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AI는 지역 사회의 안전망은 견고했는지 확인한다.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충분히 보듬어 줬는지 묻는다. 결국 AI는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없는 세상’, 그 불안을 개인에게 떠넘겨온 사회구조를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