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매년 1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정부의 산업재해예방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스마트 안전장비의 절반 이상이 방치되거나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으며, 장비 단가를 부풀려 보조금을 부정하게 타내는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29일 고용노동부와 합동으로 실시한 ‘산업재해예방사업 추진실태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점검은 최근 4년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시행한 클린사업장조성지원 등 주요 사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김영수 국무1차장(부패예방추진단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점검 결과, 지원 산업의 산업재해예방 효과 미흡, 보조금 부정수급, 예산 낭비, 지원사업 사후관리 부적정 등 총 22건의 위법·부적정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예방 효과는 ‘미흡’, 낡은 설비는 ‘그대로’
점검 결과, 소규모 사업장의 재해 예방을 위해 지원된 차량용 충돌 예방 방지장치 등 스마트 안전장비 345건 중 207건(약 60%)이 안전기능 미사용, 장비 방치 등으로 적정하게 활용되지 않고 있었다.
또 위험 설비 교체를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원받은 사업장 4천111곳 중 77%는 신규 설비를 들여놓고도 기존 노후 설비를 폐기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거나 매각해 현장의 사고 위험성이 지속됐다.
영세 현장 대상 기술지도(컨설팅) 사업 역시 사망사고가 잦은 지붕 개보수 등 고위험 현장(18.3%)은 외면받고, 대상 발굴이 쉬운 도심지 인테리어 공사 등 저위험 현장(64.5%)에 집중적으로 지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견적서 부풀려 ‘페이백’…줄줄 새는 보조금
지원금을 눈먼 돈처럼 빼내 간 부정수급과 예산 낭비 실태도 심각했다. 세금계산서 위·변조를 통해 로봇청소기 등 안전장비 가격을 부풀린 뒤, 자부담금을 판매업체로부터 몰래 돌려받는 일명 ‘페이백’ 수법 등 총 81건의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됐다.
50억 원 미만 소규모 건설 현장에 안전시설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의 허점을 노려, 공사 금액을 축소 신고하거나 하나의 현장을 여러 개로 쪼개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꼼수로 과다 지원을 받아낸 사례도 571건에 달했다.
하나의 설비투자를 두고 산업안전보건공단의 보조금과 다른 공공기관의 융자 지원을 중복으로 챙겨 실제 투자비를 초과해 지원받은 사례 14건도 확인됐다.
사후관리 ‘구멍’… 정부 “집행 절차 전면 개선”
공단의 사후관리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후 기술지도 점검 과정에서 내용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비전문가를 투입하는 등 부실 용역 사례가 191건 발견됐다. 지원을 받은 사업장이 의무 사용기간 중 폐업했음에도 보조금 환수 처리를 제때 하지 않은 부적정 건수도 145건 적발됐다.
김영수 국무1차장은 “현장 활용도가 높은 안전장비 위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지원 품목 선정 단계부터 현장 검증 등 절차를 개선하고, 노후 위험 설비는 폐기 조치를 의무화하는 등 각 사업의 지원 방식과 집행 절차를 개선할 계획”이라 밝혔다.
정부는 부정수급 적발 및 예방 전담 조직을 공단 내에 설치하고, 적발된 판매업체 191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앞으로 사업장 공사계약서 확인을 의무화하고 국세청과 연계한 폐업 상시 확인 시스템을 도입해 예산 누수를 철저히 차단한다는 방침이다.